평설 금병매 <13>색시가 내 맘을 아네
평설 금병매 <13>색시가 내 맘을 아네
  • <최정주 글>
  • 승인 2004.03.15 2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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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반금련의 봄 <13>

“먼데요?”

“무송이를 종종 내 집에 보내 줘.”

“도련님을요? 머하시게요?”

“머하긴, 중매 설라고 그러지.”

그 순간 반금련은 왕노파의 볼따구니가 붉게 물드는 것을 보았다.

‘호호호, 이 할망구가 이제 보니 음흉한 욕심을 내고 있네. 허나, 어림도 없지. 내 소중한 도련님을 쭈구렁 할미한테 보낼 수는 없지. 안 되지. 암 안 되구말구.’

마음은 그러면서도 반금련이 입에는 함박 웃음을 머금었다.

“그런 일이라면 열 번인들 못하겠어요. 알았어요. 제가 일부러 심부름이라도 시킬께요. 도련님이 할머니네 찻집에 들락이면 할머니도 좋을 거예요. 불한당들의 행패도 없을 것이고.”

“색시가 내 맘을 아네.”

왕노파가 하얗게 웃었다.

“할머니를 어른으로 잘 모실께요. 서문나리와 잘만 풀리게 해주세요.”

“그건 걱정하지 말라니까. 지금껏 수십 쌍을 맺어주었지만, 내가 마음 먹은대로 안 되었던 적이 없으니까. 헌데, 무대는 또 떡 팔러 나갔는가?”

“오늘은 쉬라고 해도 기어코 나가네요. 밤을 새우면 떡이 딱딱해져서 팔지를 못한다구요.”

반금련이 세상에서 가장 착한 아내의 표정으로 한숨까지 내 쉬었다.

“사람이 부실해서 그렇지 마음씨 곱고, 성실하고, 더구나 천하장사 동생까지 두었으니, 무대의 형편도 조금은 풀리려나?”

왕노파가 드르렁드르렁 코고는 소리가 들리는 침상 쪽을 돌아보았다.

“체면이 있지, 어찌 도련님의 도움을 받겠어요.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든든한걸요.”

“이제보니, 색시 마음도 비단결이네.”

두 여자가 도란거리며 음식 장만을 마칠 때까지도 무대는 돌아오지 않았다. 찻집에 온 손님이 할멈, 할멈, 부르는 소리에 왕노파가 돌아간 다음이었다. 주방의 식탁에 음식을 차린 반금련이 무송을 깨웠다.

“형님이 오셨나요?”

기지개를 켜며 일어나 앉은 무송이 물었다.

“오늘사 말고 늦네요. 곧 오겠죠. 주방으로 가세요. 음식을 차려놓았어요.”

“형님도 안 오셨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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