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을 모르는 어른들
부끄러움을 모르는 어른들
  • 정성수(시인)
  • 승인 2004.03.16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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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낮 12시,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었다. 온 국민은 물론 매스컴에서도 온통 야단이다. 특히 텔레비전에서는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뉴스특보를 내보내면서 향후 일어날 일들을 특별 방영을 하였다. 이런 탄핵 소추안 가결 장면들이나 내용들을 시청하고 있는 국민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나라가 이 지경에 이르렀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한심스럽고 답답한 심정이다. 여기서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의 시시비비를 가리고자 함이 아니다.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었을 때의 화면에 비쳐지는 선량들의 언행이다. 구두 짝을 벗어 던지고 발길질에 주먹질을 하며 한 편에서는 의장을 보호하기 위하여 인간 방탄막을 치는 게 여과 없이 방영되었다. 그 뿐이 아니다. 얼마 전에는 모 당의 당 운영위원 회의장에서 당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는 선량들과 이를 저지하는 선량들 간에 삿대질을 하고 욕설을 퍼붓고 멱살을 잡는 장면들이 고스란히 방영되기도 하였다. 이게 어른들이고 선량들인가 혹시 밥그릇 싸움은 아닌가 묻고 싶다. 이들이야말로 어린애 보다 못한 철없이 덩치만 큰 “어른애”인 것이다. 선량들의 수준이 이 정도라고 생각하니 분통이 터질 노릇이다.

이렇듯 고성을 지르며 울부짖는 모습들은 바로 진흙탕속의 개싸움이라고 생각되었다. 이런 이전투구의 모습을 그대로 방영한다는 것은 물론 국민들의 알 권리를 존중한 것이라고 생각은 한다. 그러나 이런 추악한 모습을 핫 이슈인양 경쟁적으로 방영하는 방송사에도 문제는 있다, 방송사에서는 이런 폭력적이고 부정적인 장면들을 세련되고 산뜻하게 처리하여 방송하는 기술이 필요하리라고 본다. 국민들 속에는 배우는 학생들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잖아도 요즘 세태를 보면서 인간성 상실이니 도덕성 해이니 하며 식자들이 우려를 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일선 학교의 교사들 역시 영어 단어 하나 수학공식 하나 더 가르치는 일도 중요하지만 인성 교육이 절실히 필요할 때라고 입을 모으고 이에 각급 학교에서는 윤리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공공장소에서는 질서를 지켜야 하고 회의는 절차에 따라 민주적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원칙이며 친구지간에는 우정과 신의를 지켜야 한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지도한다. 이렇게 교육을 받고 자란 학생들이 어른이 되어 남들이 부러워하는 위치에 올라앉은 후에는 입을 벌렸다하면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고 뇌물 먹기를 맹물 마시듯이 한다.

뿐만 아니라 목에 깁스를 하고 어깨에 잔뜩 힘을 주며 거드름피우기를 당연시한다. 이런 일들은 다 어른들의 부끄러운 행동거지를 보고 배운 탓이다. 화면 속에서 난동을 부리는 시중잡배 같은 선량들은 집에서는 자녀들에게 뭐라고 말을 할까? “사랑하는 아들딸들아, 사람은 남을 배려할 줄 알고 싸우지 않고 준법정신이 강해야 참된 인간이란다.” 아니면 “너도 정치를 하려면 태권도 2단쯤에 유도는 물론 레슬링, 킥복싱 정도는 기본적으로 해 두어야 등원해서 기를 편단다.

갈비뼈라도 몇 대 나가봐라. 어디 정치를 제대로 할 수 있겠니?” 이렇게 말할까?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을 누가 모르랴. 자기는 옆으로 걸으면서 새끼에게 바르게 걸으라는 어미 게나 ‘바람’ 풍을 ‘바담’ 풍이라고 발음하면서 학동들에게 잘못 읽는다고 호통을 치는 훈장 님이나 뭐가 다르단 말인가. 화면에 얼굴이 대문짝 만하게 뜨고 신문에 이름이 올라야 우리의 선량이 직무수행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지역주민들은 생각하지 않는다.

진정 나라와 국민들을 위해서 소리 없이 소임을 다하는 선량이야말로 우리들이 바라는 대표 상이기 때문이다. 부끄러운 행동을 하면서도 어른들은 왜 부끄러움을 모르는가? 어른들은 세월이 흐르면 얼굴가죽이 두꺼워지고. 마음에 녹이 스는 것인가. 학생들은 우리의 장래를 짊어지고 갈 희망이요. 이 나라를 떠받칠 기둥이다.

어른들은 무엇이 부끄러운 일인지 어떤 행동을 해야 배우는 학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지 생각해 봐야 한다. 떳떳한 부모가 되고 부끄러움이 없는 공직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주 자주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진실로 부끄러움이 무엇인지 아는 부모야말로 바로 내 자식들의 앞날을 걱정하는 참된 부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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