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 정치개혁의 기회일 수 있다
'탄핵정국', 정치개혁의 기회일 수 있다
  • 승인 2004.03.16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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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온 나라가 분노로 들끓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국회를 비난하는 촛불집회가 이어지고 시민단체를 비롯한 각 계에서는 탄핵에 대한 무효화를 선언하고 나섰다.

탄핵정국의 충격은 국민들에게 경제·사회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게 하고 기업인들에게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운영이 더욱 큰 타격을 입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주고 있다.우리의 정치가 정상배들의 추태로 얼룩져진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지금의 사태는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무시한 채 오직 자신들의 파당적 이익에만 집착해 온 정치인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어서 할 말을 잃게 한다.

이번 탄핵소추는 그 사유가 '선거법 위반 가능성'으로 그 명분이 너무 약하고 합리성마저 결하고 있어 야당의 정략적인 발상임을 누구나 알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야권은 국정을 혼란케 하였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것이고, "부패정치인들이 자기 생존을 위해 정치적 쿠데타를 저지른 것"이라는, "사소한 이유를 빌미로 자기들의 정치생명을 유지하려고 국민들의 의사에 반하는 폭거를 저지른 것"이라는 비난과 국민들의 저항을 받고 있는 것이다.

정략적 의도로 가결된 탄핵안을 헌법재판소가 그대로 묵과하지는 않을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절차와 사유에 있어 위법함이 명백한 탄핵소추안에 대해 현명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확신한다.

긴 안목으로 보면,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는 우리가 그토록 염원해 온 정치개혁과 정치발전을 이룩하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한 달여 남은 4·15 총선이야 말로 새로운 정치를 이루어낼 호기이다.

그 동안 우리 국민은 스스로 선출한 정치인들로부터 무시당하면서도 이를 감내해 왔고 정상배들의 작태에 대해 남의 일인 냥 방관해 왔다. 이러한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오늘의 불행을 자초한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국민이 나서야 한다. 지금이 정치개혁의 원년이 될 수 있도록 진정한 '국민의 힘'을 보여 주자.

우리가 돌아오는 총선에서 자질이 떨어지는 정치인들을 모조리 갈아치우고 우리의 기대에 부응할 진정한 정치지도자들을 선출한다면 오늘의 실망스러운 사태는 전화위복이 계기가 되는 것이다.

피히테는 '독일국민에게 고함'이란 책에서 "불행은 그 것을 인식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우리가 방관적인 자세를 버리고 주인으로서의 '국민의 힘'을 행사한다면 이번 사태는 발전적 변화를 위한 값진 진통이 되어 우리가 그토록 간절하게 원하던 도덕적 민주사회의 새로운 정치 판을 열게 할 것이다.

한편으로, 우리는 새로운 편가르기를 경계해야 한다. 일부 정치인들은 지지율 급락을 반전시키기 위해, 그들의 치부를 가리기 위해, 친노 대 반노, 보수 대 진보라는 이름으로 세대간, 계층간, 지역간의 대립을 획책할 가능성이 있다. 지금 그러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소모적 갈등이 확대된다면 사회분열로 이어져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를 나락에 떨어뜨리고 정치개혁도 물거품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지 않도록, 우리는 성숙한 자세로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 '국빈의 힘'을 발휘해야 한다.

오늘의 파국적인 사태는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치인들 모두에 의해 야기되었다. 그런 점에서 경중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 책임이 야당뿐 아니라 여당과 대통령에게도 있다고 할 것이다. 여당과 대통령도 탄핵정국이 대통령이 경솔한 언행 등으로 자초되었다고 하는 의견, 대통령이 야당을 설득하고 대화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 자기반성의 자세를 보여 주어야 한다. 나아가 지금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현명한 정치력도 보여주기 바란다.

차종선<전주지방변호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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