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 임금 따질땝니까"
"체면. 임금 따질땝니까"
  • 황경호 기자
  • 승인 2004.03.16 1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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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졸자 취업난 뚫기 새 풍속도
 최악의 취업난이 청년실업자들의 취업관뿐 아니라 삶의 방식까지 바꿔놓고 있다.

 대졸자들이 눈높이를 낮춰 3D업종에 뛰어든 세태는 과거사가 됐고, 일일공사판이나 사무보조 등 일할 곳만 있다면 조건 불문하고 있다. 아예 고향으로 내려가 ‘부농(富農)의 꿈’을 일구겠다는 U턴 행렬도 눈에 띌 정도로 취직의 패턴과 인식이 완전히 뒤바뀌고 있다.

 대학을 3년 전에 졸업한 김 모군(31)은 지난 2월부터 한 중소기업체의 사무처리 보조역으로 일하고 있다. 임금은 고졸 수준이지만 주변의 눈총이 두려워 더이상 놀 수 없었다는 게 그의 임시취업 변이다. 김군은 “친구 중에는 새벽에 우유를 배달하거나 저녁에 리어카를 끌고 길거리로 나가는 사례도 있다”고 귀띔했다.

 청년실업 8% 시대의 변화는 이뿐이 아니다. 서울에서 4년제 대학을 졸업한 한 모씨(33)는 작년 말에 아예 귀농했다. 치열한 생존대열에서 우울한 이력서를 내기보다 차라리 농촌의 들녘에서 건강한 미래를 설계하겠다는 뜻에서 부모님과 상의한 끝에 용단을 내렸다. 한 씨는 “막상 시골로 돌아오니 의외레 비슷한 생각을 갖고 내려온 청년들이 없지 않았다”며 새삼 달라진 세태를 전했다.

 중소기업 S사에는 1년 전부터 구인광고를 내지 않고 있다. 해마다 생산직 근로자 구하기가 지상과제였으나 작년부터 대졸자들이 눈을 낮춰 일해보겠다고 줄을 섰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3명 모집에 20여명이 전화를 걸어와 면접까지 봤다.

 전북지방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지난해 현장체험에 참여한 대학생 3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생산현장 참여비율이 36.4%, 사무처리 보조가 20.1%로 각각 1, 2위를 차지해 가장 높았다. 고졸의 자리에 고학력 졸업자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는 반증이다.

 전북중소기업청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들의 경력직 선호로 지방대학 졸업생들이 갈 곳이 없자 경력을 쌓을수 있는 중소기업으로 실속파들이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을 앞둔 대학생 김모씨(26·전주시 태평통)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중소기업에서 먼저 경력을 쌓아 나갈 생각이”며 “최근들어 중소기업에 대한 대학생들의 인식도 매우 긍정적으로 변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소기업청은 중소기업 체험 기회가 대학생들의 인식변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판단 아래 올해도 중소기업 현장체험 활동을 적극 펼쳐 나갈 예정이며 참여 희망 대학들은 오는 24일까지 구비서류를 갖춰 지방중소기업청에 신청을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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