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相生과 柔能制剛’ 理致를 생각해 보면서
‘相生과 柔能制剛’ 理致를 생각해 보면서
  • 이홍렬<남원 시인>
  • 승인 2004.03.22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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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채널을 우연히 돌리다가 도내 정읍시 정해 마을에 위치한 부부 및 악수나무에 대해서 시청한 바 있다. 먼저 부부나무는 물푸레나무와 팽나무가 서로 부둥켜 안고 높이 솟아 자라고 있는 나무다. 마을 사람들은 다같이 하나의 수호신으로 믿고 吉凶禍福을 기원하는 것이 다반사였다.

 지금으로부터 350여년전 이 마을에 琴瑟이 아주 좋은 부부가 살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전쟁이 발발하자 건장한 남편들이 모두 징용되어 전장터로 끌려가게 되었다. 금실이 좋기로 소문난 이 부인은 날이면 날마다 정한수를 떠놓고 자기 남편의 무사귀가를 기원하곤 했었다.

 그러나 이 마을의 남정네들은 모두 전사했다는 비보를 전해듣고 금실 좋기로 소문난 이 부인은 혼절해 죽게 된다. 몇 년후 전쟁이 끝나자 구사일생으로 살아 돌아온 남편은 다리를 절며 자기 마누라를 백방으로 찾아 봤지만 이미 저 세상 사람이 된 이후였다. 그래서 아마도 이 물푸레나무와 팽나무가 서로 이승에서 못다한 사랑을 부부의 연으로나마 포옹을 하고 있는 連理枝 형상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얘기가 오늘까지 내려오고 있으며, 이 마을 사람들은 하나의 신앙처럼 신성한 곳으로 마을의 대소사를 기원하고, 또 성취해달라고 기도드린 신령스런 지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한 그뿐만이 아니라 마을 어귀의 모정 주변에도 악수나무라고 명명된 정자나무와 팽나무가 서로 악수하는 형태처럼 서로 의지하여 성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서로간에 싸우다가도 나무를 바라보면 바로 화해를 한다는 마을 사람들의 순박한 모습에서 비롯된 악수하면서 화해하는 나무라고 부르고 싶다. 참으로 자연의 순리치고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이 아닌가?

 어느 누가 인위적으로 그렇게 만들 수 있다는 말인가! 우리 모두 부부나무와 악수의 나무처럼 우리들의 반면 교사로 본받아 마땅할 것이다.

 특히 위정자들이 정해마을로 하루쯤 일정을 잡아서 직접 이곳을 방문하여 스스로 자신들의 지난 과거를 깊이 뉘우치고 깨달은 반성의 장 쯤으로 했으면 하는 솔직한 바람이다.

 앞으로 다가오는 총선을 대비해서 삼삼오오 모였다하면 분열 양상으로 좌고우면하는 행태로 변해가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도 탄핵정국을 비롯한 대선자금 파동 때문에 또한 야단법석이다. 이 얼마나 수치스러운 일인가!

 먼저 우리의 주변에서 가장 손쉬운 일부터 차근차근 찾아서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우리의 대표자들은 이번을 거울삼아 각자가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정해마을의 부부나무와 악수나무는 얼마나 우리들이 배울점이 많은가?

 요즘 우리 사회의 집단간에 갈등과 편가름 현상이 극에 달한 수준임은 우리가 다 주지하는 사실이다. 빈부의 갈등은 물론 노사갈등, 님비현상 등 이루말 할 수 없다.

 지난 부안 원전수거물 주민투표 결과 91.8%의 반대 수치만 보더라도 익히 알고 있으며, 아울러 핵 폐기장 반대를 위해서 7천여명 부안주민이 서해안 고속도로를 점거한 사태만 보더라도 극한상황에 달한 수치요, 또한 우리들의 자화상을 보는것 같아 정말로 슬퍼지기만 한다. 우리 모두 정해마을의 악수·부부나무처럼 서로 ‘常生’할 수 있는 포용력으로 한발씩 양보의 미덕을 발휘해야 할 시기라고 본다.

 말못하는 대자연도 우리 인간들이 보는 앞에서 스스로 다른 종간에 포옹 및 악수한 채 한 몸이 되어 모범을 보이고 있지 않은가? 요즘 심각한 사회의 갈등과 사태등에 대해서 우리 다같이 자성해 봄직하다.

 아울러 56간년의 헌정사상 초유의 통치권자 탄핵정국을 맞이하여 ‘柔能制剛’의 理致를 다시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면서 부연할 필요조차 없지만, 즉 ‘부드러운 것이 능히 굳센 것을 이긴다’는 말처럼 우리 다같이 되새겨 볼 일이다.

 지금 남녘에 꽃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 요즘, 혹시나 우리의 주변에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는 소외계층이나 없는지 다시한번 챙겨 봐야할 일이다.

 희망찬 새봄을 맞아 복지의 건실한 새싹이 자라나서, 오직 너와 내가 더불어 다같이 함께 살아가는 眞正한 參與 福祉를 바라는 마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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