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향기가 그립습니다
사람의 향기가 그립습니다
  • 승인 2004.03.25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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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계절입니다. 매화꽃, 산수유꽃, 개나리꽃, 달빛보다 더 시린 목련꽃, 인동의 시간들이 길고도 고달펐던 만큼 봄의 꽃들은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습니다. 어느땐 바로 가까이 피어 있는 꽃들도 그냥 지나칠 때가 많은데 봄의 꽃들은 그렇지를 않습니다. 이쪽에서 먼저 눈길을 주지 않으면 꽃들은 향기로 먼저 말을 건네오곤 합니다. 찬란한 이 봄, 우리 주변 사람들에게서도 그런 봄꽃 같은 향기를 기대하면 않될런지요. 꽃에 따라 그 향기가 각각인 것처럼 사람도 그 인품만큼의 향기를 풍길거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말이나 요란한 소리 없이 고요한 향기로 먼저 말을 건네 오는 꽃처럼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웃에게도 무거운 짐이 아닌 가벼운 향기를 전하며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아름다운 봄꽃 향기가 가득해야 할 이 계절에 이상한 냄새가 천지를 진동하고 있습니다. 미국인들은 우리에게서 마늘냄새를 느낀다고 했는데 마늘냄새가 아닌 구릿한 냄새 같습니다. 구릿한 것을 이런 저런 방법으로 받아다가 숨겨 놓는가 했더니 시장바닥 둔치등에다 사무실을 차리는가 하면 고해성사, 108배, 회개예배등 냄새나는 일들이 수두룩합니다. 그런 것들이 얼마나 지독한 냄새를 풍겼으면 봄꽃 향기마저 맥을 못 추게 했을까요. 배가 요동을 친다 하여 승객들은 안중에도 없는 듯 선장을 끌어내리는 일로 하여 민심은 천심이 되고 조석변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경의롭고도 놀라운 나날들 속에 살고 있습니다.

“진실한 꿈은 실현될 수 있습니다”라고 광고문을 내 붙인 회사가 있는가 하면 “사랑스러운 세계를 원하거든 네 적을 포함해 모든 것을 사랑하도록 하라”고 한 깐디의 말이 화자 되기도 합니다. 어차피 함께 만드는 세상이니까 진실해 보고도 싶고 모두를 사랑하고도 싶지만 반복되는 배반의 세월은 누구에게서 보상을 받아야 합니까? 작가 최인호는 인기소설 “상도”에서 “우물안 개구리는 대해가 있음을 모른다”고 했습니다. 용서를 애원하는 자도, 해야할 사람도, 진실함도 사랑함도 모두가 사람들인데 사람들끼리 잘못 만나 그윽한 봄 향기마저 맡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우물안 개구리들 때문이겠죠.

아름다운 사람을 모두가 만나고 싶어 하는 대해를 몰랐겠죠.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향기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그래서 아름다운 봄 향기를 만끽하고 싶습니다. 봄꽃 향기에 포근히 안기고 싶습니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만나서 오순도순 만들어 가는 세상이 다름 아닌 이상향입니다. 끊임 없이 창조해 나가고 진보를 위한 끊임 없는 공동작업이 이루어지는 세상을 좋은 세상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까지 이러한 일들을 함께 할 좋은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였습니다. 대통령, 국회의원, 무슨 무슨 님자들 모두가 틀려도 한참 틀려먹은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랬으니 우리가 사는 세상 이 모양 이 꼴이 되었지요. 두손 ?아 원합니다. 이 계절에 만나야 할 사람들은 정말 우리가 원하는 아름다운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사람의 향기, 꽃의 향기

아름다운 사람은 꽃보다도 더 진한 향내를 풍깁니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그 향내는 가시지를 않습니다. 꽃은 향내가 없어도 자태만 아름다우면 아름다운 꽃으로 행세를 합니다. “글라디올라스가”가 그 대표적인 꽃입니다. 사람을 잘못 만나 향기를 잃었다는 “글라디올라스”의 꽃 이야기를 들으면서 소녀들은 울 수 밖에 없습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람은 그렇지 않습니다. 향기가 없으면 이미 생명이 없는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죽어서 이름을 남기라는 얘기는 바로 향기를 남기라는 뜻입니다. 지금 미국의 국무장관인 콜린 파월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걸프전의 승리는 어디서 온 것일까? “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건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고도로 훈련 받고 드높은 동기를 지녔으며 잘 인솔 된 사람들이 승리를 만든 것이다.” “용장불여지장, 지장불여덕장 勇將不如知將, 知將不如德將” 에 다름 아닙니다. 꽃의 향기보다 더 진한 사람의 향기가 온 나라에 가득할 때 백성은 편안하고 나라는 태평스럽습니다. 2004년 4월 15일, 사람의 향기가 모처럼 온 누리에 가득한 날이기를 4천만은 빌고 빕니다.

안 홍 엽(원광대겸임교수/주)필-애드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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