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22>비단결처럼 곱구려
평설 금병매 <22>비단결처럼 곱구려
  • <최정주 글>
  • 승인 2004.03.26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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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반금련의 봄 <22>

반금련이 겨우 숨길을 돌릴 때였다. 무송이 몸을 옆으로 돌렸다. 흡족하지는 않지만 반분이나마 풀린 반금련이 미련없이 사내의 배 위에서 내려와 바지를 추켜 올려주고는 방을 나왔다. 무슨 기척이나 있을까, 하여 문 밖에서 잠시 귀를 기울였다. 방안에서 이내 코를 고는 소리가 흘러 나왔다.

‘호호, 도련님은 꿈인가 생시인가 아리송하겠지?’

어둠 속에 서서 반금련이 혼자 웃었다.

다음날 아침이었다. 날이 채 밝기도 전에 일어난 반금련이 서둘러 아침을 준비해놓고 무대를 흔들어 깨웠다.

충혈된 눈빛으로 일어난 무대가 사정을 했다.

“여보, 나 오늘만 쉬면 안 될까? 아직도 눈앞이 빙빙 도는데, 하루만 쉬면 안 될까?”

“그걸 말이라고 해요. 안 돼요. 어서 아침 먹고 떡 팔러나가요. 하루를 쉬면 누가 우릴 먹여 살린대요?”

반금련이 눈을 하얗게 치켜뜨고 노려보았다.

“알았어. 나가면 되잖아.”

기가 팍 죽은 무대가 세수도 하는둥 마는둥. 밥도 먹는 둥 마는 둥하고 떡 함지박을 챙겨 멨다.

“동생한테 아침 잘 먹이라고. 오랜만에 형님 집이라고 왔는데, 아침을 굶겨 내보서는 안 되지.”

“그런 걱정은 말고 어서 떡이나 팔러 나가라니까요. 동생도 오고 했으니까, 조금이라도 떡을 더 팔아야해요. 도련님 말씀은 월급을 받으면 우릴 준다고 하지만, 그걸 어떻게 축내겠어요. 꼬박꼬박 모아서 도련님 색시 얻는데 써야지요.”

반금련의 말에 무대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당신의 마음은 비단결처럼 곱구려. 암, 그래야지. 내가 형님인데, 어찌 동생의 신세를 지겠소. 내 다녀오리다.”

무대가 활짝 갠 얼굴로 집을 나간 다음이었다. 작은방에서 으으으하고 기지개를 켜는 소리가 들렸다. 반금련이 부르르 쫓아갔다.

“도련님, 일어나셨어요? 얼른 세수하세요. 아침 먹게요.”

반금련의 교태가 철철 흐르는 말투에 무송이 멋 적은 표정으로 방에서 나왔다.

“잠자리가 설어서 많이 불편했지요? 차차 나아질 거예요. 도련님의 집처럼 편안해질 거예요.”

“아주 달게 잤어요. 형님은요?”

무송이 침상 쪽으로 흘끔 눈길을 주었다.

“해가 중천인걸요. 동생도 오고 했으니, 떡을 하나라도 더 팔아야한다면서 다른 날보다 일찍 나갔어요.”

“아침부터 누가 떡을 사 먹는다고, 그리 일찍 나간답니까?”

무송이 얹짢은 표정을 지었다.

“형님의 부지런한 것은 못 말린다니까요. 어서, 세수하세요. 아침 차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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