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 아직도 멀었다
정치판, 아직도 멀었다
  • 태조로
  • 승인 2004.03.26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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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도내에서는 17대 총선을 20여일 앞두고 각당의 후보공천대회가 속속 열리고 있다. 이번의 총선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이전의 총선과는 다른 점이 많을 뿐만 아니라 유권자들이 기대하는 바가 유달리 크다.

무엇보다도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최대의 쟁점으로 부각되어 정국이 혼미상태에 빠져있는 가운데 총선이 치러질 상황이라는 것만으로도 역대 선거와는 유별난 점이다. 또한 이번 총선에서는 정치 신인들이 대거 공천경쟁에 뛰어들어 저마다 표밭을 다져 나가고 있는 모습이 매우 바람직스럽고 유권자들에게 신선한 느낌을 던져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얼마 전 국회를 통과한 선거법이 아직도 불합리한 점들이 수두룩하지만 진일보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유권자들은 작금의 각 당 공천과정과 오는 4월 15일 총선과정에서는 제발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풍토가 정착되기를 간절히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최근 각 당이 보이고 있는 모습이나 걷고 있는 행보를 보면 유권자들에게 연일 안타까움과 실망을 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유권자들의 분노를 일으키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통령 탄핵사건에 대해서는 우리가 직접 뽑은 대통령을 썩어빠진 국회의원들이 당리당략에 빠져 월권을 행사했다고 흥분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대통령과 측근들의 처신이 오죽했으면 그러랴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 국회의원들과 대통령 모두 너무도 한심하다는 양비론의 입장이 있는 사람들도 많다.

어쨌든 이제는 탄핵문제는 공이 헌법재판소로 넘어갔기 때문에 그 문제로 국민이 더 이상 흥분하지 말고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조용히 기다려야 할 것이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이나 야당인 한나라당과 민주당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열린우리당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도가 급등하고 있다고 해서 국민이 열린우리당을 양심세력이 모인 개혁정당이라고 보거나 국정을 책임질 수 있는 믿음직스런 정당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십보백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국회의원들이 선거구를 새로이 책정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자세도 그렇다. 어떻게든 현역의원이 다시 당선될 수 있도록 특정시군을 불합리하게 이리 붙이고 저리 붙이는 것을 보고 실로 냉소를 금할 수 없다. 더구나 그것도 질질 끌다가 총선을 불과 며칠 남겨놓고 확정한 것은 정치신인들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하는 비겁한 짓으로 볼 수밖에 없다.

어디 그뿐인가, 여당과 야당 모두 입지자들에 대한 공천을 공정하게 한다는 명분을 세워 소속정당원과 일부 일반유권자들을 선거인단으로 구성하고, 그들로 하여금 후보자를 선출하는 방식을 진행하고 있지만 불미스러운 모습들이 연일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러한 공천방식의 발상 자체는 유권자들에게 신선함을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역의원 또는 저명인사들에게는 낙하산공천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더욱 한심한 모습은 입지자들이 선거인단에 식사대접 또는 향응을 제공하거나 어떤 입지자들은 공천대회장까지 차편을 제공해 줌으로써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사실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여러 측면에서 불합리한 선거구가 책정되다 보니 한심한 꼴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선거인단 투표과정에서 이른바 선호 투표방식을 악용하여 자기는 공천에서 탈락하더라도 막판에는 무조건 자기 지역출신 입지자에게 표를 몰아주게 함으로써 타지역의 유능한 입지자에게 고배를 마시게 하는 수법이 동원되고 있으니 어찌 그것을 공정경쟁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런 저런 떳떳하지 못하고 불공정한 행태가 우리 도내에서도 일어나고 있거니와 그런 일들이 어정쩡하게 넘어가는 것을 볼 때 우리나라 정치판은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오늘부터라도 정치인들은 좀더 솔직하고 잘못을 부끄러워 할 줄 알아야 한다. 공천과정에서 부정행위를 하는 입지자들이 국회의원에 당선된다면 바늘도둑이 소도둑이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것 아닌가.

바로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능력 있고 민주의식이 뚜렷한 입지자들도 공천과정 또는 총선과정에서 유권자들에게 향응을 제공하거나 거짓선동을 하거나 맹목적으로 당리당략에 몰두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퇴출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지 않고 선거 때마다 그럭저럭 넘어가게 되면 이 나라 민주주의는 요원할 뿐이다.

그와 같이 이 땅의 참다운 민주주의 발전을 방해하거나 해치는 행태들을 하루속히 쓸어내리려면 유권자는 물론 사법당국, 그리고 언론의 책임과 역할이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할 만큼 중요하다.

윤충원<전북대학교 상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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