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24>콧노래 흥얼거리면서 설거지
평설 금병매 <24>콧노래 흥얼거리면서 설거지
  • <최정주 글>
  • 승인 2004.03.28 18: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 반금련의 봄 <24>

“생각이 없어요. 아무래도 술이 과했던 모양이예요. 저 현청에 출근해야겠어요. 첫날부터 늦을수는 없잖아요. 참, 부하를 보낼께요.”

“부하를요?”

반금련이 무슨 소린가하여 물었다.

“제 밑으로 부하가 열 댓 놈 돼요. 형수님 혼자 집안 일을 하려면 힘들잖아요. 두어 놈 보낼테니까, 장작도 패게하고, 설거지도 시키세요.”

“안 그래도 되는데요. 세 식구 뒤치다꺼리가 얼마나 된다고요.”

“물긷는 일만도 형수님 혼자서는 힘들어요. 힘 좋은 놈으루다 보낼테니까, 아무 일이나 막 시키세요.”

무송이 고집을 부렸다. 힘 좋은 놈으로 보낸다는 말에 반금련이 더 이상 반대하지 않았다. 사내가 힘이 세다면 장작을 패는 일이나 물긷는데만 소용되지는 않을 것이었다.

“고마워요, 도련님. 덕분에 내가 팔자에 없는 호강을 하겠어요. 정 보내려면 한 명만 보내세요. 둘까지는 필요 없겠어요.”

“그럴께요. 형님을 생각하면 형수님께 어떻게 은혜를 갚아야할지 모르겠어요. 다녀올께요.”

무송이 서둘러 이층 거실을 내려갔다. 층계 입구까지 따라나간 반금련이 말했다.

“맛 있는 것 많이 해놀 거니까, 일찍 오세요.”

“예, 형수님.”

흘끔 돌아보고 계단을 내려가는 무송의 걸음이 어기적거렸다. 아직도 사타구니 사이의 물건이 빳빳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라고 계집은 짐작했다.

반금련이 혼자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 이층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찻집 왕노파인가? 짐작하며 반금련이 고개를 돌리자 무대가 빈 떡함지박을 내려놓고 씩 웃었다.

“왜 벌써 왔어요?”

반금련이 싸늘한 얼굴로 물었다. 저 병신이 동생이 보고싶어 떡도 안 팔고 일찍 왔는가, 생각하자 화가 치밀어 오른 것이었다.

“떡을 다 팔았어.”

무대가 자랑스런 낯빛으로 대꾸했다.

“정말요?”

반금련이 부르르 쫓아가 떡 함지박을 들여다 보았다. 아닌게 아니라 그 안은 텅 비어있었다.

“돈 내놔요.”

반금련이 손을 내밀자 무대가 엽전 몇 푼을 주머니에서 꺼내주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