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25>사내냄새를 실컷 맡겠구나
평설 금병매 <25>사내냄새를 실컷 맡겠구나
  • <최정주 글>
  • 승인 2004.03.29 1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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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반금련의 봄 <25>

“흐흐, 바람보다 빠른 것이 소문이더만. 어떻게들 알았는지 호랑이를 잡은 천하장사 무송이가 내 동생인 것을 다들 알고 있더라니까. 만나는 사람들마다 무송이라는 장사가 호랑이를 어떻게 잡았다고 하드냐구 떡을 사 먹으면서 묻드라니까. 잘만하면 무송이 덕으로 떡을 아주 쉽게 팔겠더라구. 호랑이 잡은 이야기를 물으면 떡을 사 먹으면 들려준다고 해야겠어. 얼마나 좋아. 떡을 일찍 팔면 당신과 지낼 시간이 많아지잖아.”

무대가 반금련에게 은근한 눈빛을 주었다. 자기 딴에는 아내에게 정을 표시한다고 은근한 눈빛을 보내는 무대를 싸늘하게 쏘아보며 반금련이 말했다.

“흐흐, 나하고 지내봐야 별 뾰족한 수나 있나요? 식구가 하나 늘었으니, 반찬값도 더 들잖아요. 잘 됐네요. 도련님 덕분에 떡을 더 많이 팔 수 있다면 얼마나 좋아요. 앞으로는 떡을 두 판씩 팔도록해요.”

병신같은 무대와 긴 시간을 함께 지낼 생각을 하자 짜증부터 솟구친 반금련이 떡 함지박을 무대의 어깨에 메어 주었다.

“두 판씩이나?”

“아직 점심 때도 안 되었잖아요. 오늘만 같으면 하루에 세 판도 더 팔겠어요. 어서 안 나가요?”

반금련이 눈을 부릎뜨자 무대가 기가 팍 죽어 거실을 나갔다.

그 등에 대고 반금련이 소리를 질렀다.

“두 판을 팔건 세 판을 팔건 해가 지고 어두워질 때까지는 떡을 팔아야해요. 그 전에 돌아오면 안돼요.”

“아, 알았어.”

무대가 불만스레 대꾸하고 기운 없는 걸음으로 골목을 빠져나갔다. 다시 주방으로 가서 설거지나 할까하다가 반금련은 부하를 한 놈 보내겠다던 무송의 말이 떠올라 침상으로 가서 네 활개를 쭉 펴고 누웠다.

설거지야 병정 놈한테 시키면 될 것이었다.

‘호호, 잘 됐지 뭐야. 모처럼 사내다운 사내냄새를 실컷 맡겠구나.’

반금련이 호호거리다가 번개불에 콩구워먹듯이, 그것도 사내의 뜻과는 상관없이 혼자 엉덩이를 깝죽거렸던 어젯밤의 아랫녁 송사를 떠올리며 따뜻한 옹달샘가를 손으로 후비다가 몸을 푸륵푸륵 떨어댔다.

계집의 입에서 아으아으 교성이 흘러나왔다.

‘도련님은 정말 어젯밤 일을 모를까? 정말 꿈이라고 믿은 것일까?’

그런 생각이 문득 계집의 뇌리를 스쳐갔다. 그럴리는 없을 것이다. 계집이 고개를 내저었다. 아무리 술과 잠에 골아 떨어졌다고 해도 반편이가 아닌 이상 꿈과 생시를 구별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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