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선 고속열차 시대 현황과 과제
호남선 고속열차 시대 현황과 과제
  • 박기홍 기자
  • 승인 2004.03.30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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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통혁명’을 주도할 고속열차(KTX) 시대가 도내에서도 4월1일부터 본격 개막된다. 호남선 복선전철 위에 날렵한 KTX가 익산역에 들어와 미끄러지듯 서울을 향하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철도청은 지난 24일 오전 목포역 광장에서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과 강동석 건설교통 부장관, 지역 주민 등 1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호남선 복선 전철화 준공 및 고속철도 개통식’을 가졌으며, 4월1일부터 고속열차를 본격 운행키로 했다.

 1914년 단선으로 개통한 호남선은 복선화 공사 개시 36년만에, 전철화 공사로만은 2년6개월만에 공사가 완료돼 다음달 1일부터 고속철도(KTX)가 도내 구간을 달리게 된 셈이다. 고속철도 운행으로 익산∼서울간 243km 구간이 1시간38분대로 단축되는 등 전북과 수도권과의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사실 일제는 호남지역 농수산물을 더욱 원활하게 수탈하기 위해 1911년 호남선을 착공, 일제 강점 하인 같은 해 7월 대전∼연산간 39.9km 개통을 시작으로 연산∼강경(1911년 11월), 강경∼이리(1912년 3월), 이리∼김제(1912년 10월), 김제∼정읍(1912년 12월), 나주∼학교(1913년 7월) 등지가 차례로 개통됐다.

 또 송정리∼나주(1913년 10월)에 이어 정읍∼송정리(1914년 1월) 구간이 마지막으로 개통되어 당시 총 연장 293.0km의 길이 완성됐다. 광복 후 물량수송 증가와 인구 폭증으로 호남지역민은 줄기차게 복선화를 요청했으나 정부는 이를 계속 외면해왔다. 복선화 시작은 어렵게 1968년 1월에 착공하여 78년 3월에 대전∼이리간 88.6km의 1차 복선이 완료되어 개통식을 갖기도 했다. 뒤이어 이리∼정주간 43.4km가 85년 11월에, 정주∼장성간 32.4km가 87년 12월에, 장성∼송정리간 21.9km가 88년 9월에 각각 준공되었고, 임성리∼목포간 7.4km 구간이 지난해 12월에 마지막으로 마무리됐다.

  KTX는 서울(용산)역을 기준으로 1일 왕복 34회(익산 4, 광주 16, 목포 14)가 운

 행된다. 요금은 서울 출발 일반실 기준으로 서대전 1만9천800원, 익산 2만7천원, 송정리 3만5천500원, 광주 3만6천600원, 목포 4만1천400원이다. 첫차는 광주행 서울발 열차가 오전 5시 25분, 막차는 오후 9시 35분이며 익산행은 55분마다, 광주행과 목포행은 2시간마다 출발한다.

 하지만 고속열차 시대를 코 앞에 둔 지역민들의 심정은 환희와 우려가 교차되어 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각계의 전문기관들이 경부고속철도와 동시개통되지만 오히려 수도권에 지방이 빨려들어가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우려하고 있는 까닭이다.

  특히 시속 300km에서 돌연 100km대로 뚝 떨어지는 ‘호남선 저속철’을 둘러싼 지역민들의 심리적 박탈감도 심할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로 호남선 고속열차를 미리 타 본 시승객들은 저마다 호남선 전철화 구간의 ‘저속운행’을 지적하고 있다.

 고속철도를 시승한 사람들은 서울∼서대전간 160.8km와, 서대전∼익산역간 82.2km 구간이 거리 측면에서는 2배 차이를 보임에도 시간은 약 49분씩 똑같은 등 속도 측면에서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는 푸념이다. 경기도 광명역에서 출발한 고속열차는 서대전까지 정차시간을 포함한 평균 192km의 속도를 자랑하며 최대 300km 이상의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서대전에서 익산까지는 전철화 구간으로 최대 시속 150km, 평균 102km로 뚝 떨어지는 바람에 시승객들이 “초고속 시대에 호남지역은 새마을호 속도에 살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박탈감을 푸념하고 있다.

 익산역 환승체제 구축이 늦어지고 있는 점도 문제다. 익산역을 통한 고속열차 이용 활성화를 위해선 인근 시·군에서 익산역까지 접근하기 좋은 교통망체계가 구축되어야 하지만 아직 이런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은 까닭이다. 이로 인해 현재 고속열차 운행 초기의 예약률이 극히 저조한 등 시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기도 하다.

  지역민들은 호남선 복선전철 위에 고속열차 운행을 계기로 역세권 개발 등 전북발전을 위한 입체적이고 종합적인 개발방안을 별도로 마련하고, 전주∼익산∼군산 등 3시 연결 복선전철화를 서둘러 추진하며, 나아가 호남고속철도 착공을 조기에 추진할 수 있도록 여론을 결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역민들은 또 호남고속철도 중부역 분기점과 관련, 천안역을 거칠 경우 서울∼익산구간이 49분 걸리고, 오송역과 대전역을 거치면 각각 53분과 59분이 걸리는 등 고속철도 건설의 의미가 퇴색된다며 천안 분기역 확정과 호철 조기착공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익산역에서 이용하려면...>

 익산역에서는 아침 6시24분에 출발하는 서울행 열차를 시작으로 1일 총 32회(상·하 각 16회)의 고속열차가 정차하게 된다. 호남선 열차가 주로 출발하는 용산역까지는 1시간50분, 광주역은 1시간, 목포역은 1시간20분 정도가 소요된다.

 운임은 항공의 62% 수준으로 익산∼서울역간 2만7천원, 광주역 1만1천600원, 목포역 1만7천300원이다. 정기승차권 할인, 최고 20%까지 할인하는 예매할인, 일반열차·이용객을 위한 30% 환승할인 등 다양한 할인제도를 운영하여 보다 저렴한 운임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게 익산역의 설명이다.

 익산역은 1915년 1월1일 이리역으로 영업을 개시한 이래 1978년 구 역사를 준공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고속철도 개통을 앞두고 지난 2001년 12월에 기존역사 증축 및 개량공사를 시작하여 약 2년4개월만에 고속철도 시대에 걸맞은 새 역사로 탈바꿈하게 됐다.

 철도청 기획본부는 “호남선의 중간역인 익산역에 고속열차가 정차하게 됨에 따라 익산역은 전남·북을 잇는 새로운 교통 중심지로 발돋움 할 것”이라며 “미륵사지, 보석박물관, 금산사, 진안 마이산 등 인근 지역관광지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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