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27>“할머니가 아침부터 웬일이세요?”
평설 금병매 <27>“할머니가 아침부터 웬일이세요?”
  • <최정주 글>
  • 승인 2004.03.31 1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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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반금련의 봄 <27>

“할머니가 아침부터 웬일이세요?”

“심심해서. 이 집에는 봄기운이 완연하네. 방금 나간 병정은 또 누구랴?”

왕노파가 물었다.

“나는 괜찮다고 하는데도 도련님이 하인삼아 부리라고 병정을 하나 보냈네요.”

“팔자가 늘어졌네. 청아현의 천덕꾸러기 무대의 마누라가 현지사 부인보다 더 호강을 누리게 생겼으니.”

“현지사 부인이야 어디 병정을 하나만 부리겠어요? 계집 하인, 사내 하인 다 합하면 예닐곱은 될걸요.”

“흐기사, 서문경 나리를 빼놓으면 현지사 나리가 젤 어른이니까.”

왕노파의 서문경이라는 말에 이목구비가 훨출하던 사내의 모습이 머리 속에 떠올랐다. “어제의 마음이 변한 것은 아니겠지?”

왕노파가 물었다.

“무슨 마음이요?”

왕노파가 무엇을 묻고 있는가를 뻔히 짐작하면서도 반금련이 짐짓 되물었다.

“서문경나리한테 중매서달라고 했잖아?”

“정말 자신은 있는 거예요? 괜히 사람 마음만 들뜨게 만들었다가 헛물을 켜는 것은 아녜요? 그럴려면 아예 첨부터 시작을 말고요.”

“내가 하는 일은 틀림없다니까. 색시의 마음을 확실히 알아야겠기에 한 번 더 물어보려고.”

“어떻게든 일이 되게만 해주세요. 은공은 꼭 갚을테니까요.”

“알았구먼. 사나흘 기다려보고, 그래도 안 오면 내가 서문나리를 찾아갈 것이구먼.”

“찾아간다구요?”

“중매장이가 그만한 발품은 팔아야지. 그래야 뺨을 맞든지, 술 석 잔을 얻어 먹든지 결판이 날 것이 아니냐구.”

“고마워요, 할머니.”

반금련이 서문경같은 한량과 맺어질수만 있다면 무대같은 병신이야 하루에 열 두 번도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며 고개까지 숙이며 인사를 챙겼다.

“그런 인사는 아직 이르고, 서문나리가 워낙 여자를 좋아하니까, 입이라도 떼보려는 것이지, 보통 사내같으면 마누라가 셋이나 있는데, 언감생심 욕심을 내겠어?”

“떡도 먹어 본 놈이 잘 먹는다고, 마누라를 셋이나 데리고 사는 서문나리니까, 오히려 일이 쉬울지도 모르지요. 전 그래요, 할머니. 큰 욕심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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