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지옥 부추기는 사교육비경감대책
입시지옥 부추기는 사교육비경감대책
  • 승인 2004.04.01 17: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육부의 2.17사교육비경감대책의 핵심은 EBS방송을 통한 수능준비와 보충 및 자율학습의 부활로 정리할 수 있다. 국민의 정부 5년 동안 폐지와 실시, 그리고 묵인 등 혼선으로 오락가락하더니만 참여정부가 출범해서도 1년이 지나서야 내놓은 소위 대책이다.

‘소위’라고 토를 단 것은 그것이 제대로 된 대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교육방송의 경우 과거 정권에서 내놓았다가 사실상 실패로 끝난 정책이다. 보충 및 자율학습 등은 김대중정권 출범시 폐지했던 것을 부활한 대책이다.

한편 생각해보면 누가 대통령을 하고 장관을 맡더라도 해법이 없을 난제같지만 그렇지 않다. 사교육비 경감대책은 딱 한 가지다. 수능을 폐지하거나 수능존속시 교과서대로의 출제이다. 안병영 교육부총리도 중앙일보(2월 19일)와의 인터뷰에서 교과서 중심 출제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2008년부터라는 단서를 달았다. 그러니까 고작 3∼4년 하려고 EBS방송이다, 수준별 보충수업이다, 뭐다해서 새삼스럽게 학생들을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학부모들의 불신과 불안을 말끔히 씻어내주지 못하고 있음 역시 말할 나위가 없다.

한국은행이 밝힌 바에 따르면 지난 해 사교육비는 1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5년 전보다 2배 이상 증가한 수치이다. 과세의 학원 등 공식자료를 토대로 한 통계여서 실제 액수는 더 많을 것이라는 짐작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그런 사정을 간파는 했는지 ‘공교육활성화대책’이 아니라 ‘사교육비경감대책’이라는 타이틀로 발표한 교육부의 속내를 이해 못할 건 없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정부가 앞장서서 학교를 학원화시키는 사교육비경감대책은 그야말로 희극의 극치라 아니 할 수 없다.

더욱 웃기는 것은 오전 9시 정규수업 전에 하는 0교시 수업을 엄격히 막고,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은 어디까지나 자율적으로 실시하라는 지침이다. 이미 국민의 정부에서 약발이 듣지 않은, 그래서 사장되어버린 대책이 아닌 대책의 재탕인 셈이다.

지금 일반계 고교에서 학생 또는 학부모의 희망대로 자율적인 보충수업이나 야간자율학습을 하는 곳은 없다. 또 엄격히 막을 것이라던 소위 0교시 수업을 하지 않는 일반계 고교는 없다. 오히려 사교육비경감대책 발표로 일선 학교는 떳떳하고 당당하게 강제수업을 ‘자행’하고 있다.

여러번 하는 말이지만, 그런 입시지옥 현실이 진짜 슬프다. 교사로서 슬프고 학부모로서도 슬프다. 결과적으로 열에 아홉은 일류대 진학하는 하나를 위한 들러리를 서며 자신도 모르게 ‘공부하는 기계’로서 전체주의적 분위기에 익숙해지고 마는 그런 입시지옥을 부추기고 있어 슬픈 것이다.

재탕 일삼기에다가 감독소홀의 직무유기까지, 교육부는 학교를 학원으로 만들어 우리 아이들을 오로지 ‘공부하는 기계’로 내몬 그 ‘대죄’를 어떻게 씻어낼지 냉큼 진정한 대책을 찾아야 한다. 더 이상 우리 아이들에게 죄짓는 일이 반복되어선 안된다. 그것이 국가의 의무요 어른들 몫이다.

말할 나위 없이 오전 8시 30분쯤 등교하여 법정시간인 9시부터 17시까지 학교에서 공부한 것만으로 원하는 대학을 가게 하는 것이 공교육살리기의 요체이다. 그리고 입시지옥해소와 사교육비경감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교육개혁의 본질이다.

장세진(전주공고 교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