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 시대
고속철 시대
  • 승인 2004.04.01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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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상교통의 혁명" "단군 이래의 대역사(大役事)" 각종 수식어가 만발하다. 드디어 그 고속철도가 어제 4월1일을 기해 개통됐다. 바야흐로 한국에 고속철 시대가 전개됐다. 반길만도 하고 축제의 열풍에 젖을만도 하다. 우리보다 잘사는 나라도 많고 문명권의 나라도 많지만 우리나라 고속철이 세계에서 다섯번째이기 때문이다. 첨단과학의 척도로서 고속철이기도 하다.

▼지난 92년 천안∼대전 시험구간에서 첫삽을 뜬지 12년만의 결실이다. 한국철도 백년사의 쾌거다. 앞으로 이 고속철이 대륙횡단철도로 연결될 것이며 동북아 중심국가로 발돋음할 수 있는 디딤돌로서의 역능도 주어지고 있다. 옛날 "칙칙 폭폭" 검은 연기를 뿜으며 산야를 달렸던 그런 낭만은 사라졌지만 선진문명 시대의 최첨단을 우리 손으로 열었다는 것이 대견스럽다.

▼고속철은 스피드의 총아다. 서울∼부산간 445,6km 구간을 2시간40분에 달린다. 시속 300km다. "마하"가 제곱되는 초음속 전투기도 있지만 시속 300km는 헬리콥터 속력과 맞먹는 "달리는 비행기"다. 그래서 전국이 반나잘 생활권으로 압축되고 있다. 아침 8시 서울을 출발해서 부산에서 일좀 보고 해운대 횟집에서 점심먹고 느긋하게 올라와도 오후 다섯시면 족하다.    

▼그러나 호남선 쪽으로 오면 사정은 다르다. 대전까지 신나게 달려왔던 전철이 호남선으로 접어들면서 갑자기 "완행 저속철"로 바뀌기 때문이다. 대전∼목포간 속력이 90∼150km로 뚝 떨어져 평균 110km 밖에 낼 수 없다. 새마을호 속력과 거기서 거기다. 서울 대전, 목포까지 고속철을 시승한 P기자는 호남선의 완전한 "속도박탈감" 이라고 표현한다.

▼한쪽은 최첨단문명의 혜택을 누리고 한쪽은 그림의 떡처럼 눈요기만 하라면 좋아할 사람 아무도 없다. 전라선 쪽은 그나마 찬밥이다. 익산 여수간의 전라선 고속철은 2006년까지 단선 전철화하고 2008년에 가서야 복선 전철화를 시도하겠다는 정부의 의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쪽은 비행기 타고 한쪽은 완행열차라면 이를 반길사람도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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