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28>음심이 솟나요?
평설 금병매 <28>음심이 솟나요?
  • <최정주 글>
  • 승인 2004.04.01 1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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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반금련의 봄 <28>

서문 나리와 일이 잘 된다고해서 꼭 그 집에 들어가 마누라노릇하며 살고 싶은 욕심도 없구요. 그냥 가끔 들려 사랑이나 나누고, 철 따라 비단옷 몇 벌씩에 맛 있는 음식이나 종종 먹여주면 된다구요.”

“색시가 욕심이 없네. 하기사 반편이라도 남편은 남편인데, 쉽게 떼내기야 하겠어? 서문나리같은 정인을 하나 두면 팔자가 펴지는 것이지. 암튼 기다려보라구. 내가 무슨 수를 쓰건 성사를 시킬테니까.”

“그 약속 꼭 지켜야해요?”

“알았다니까.”

왕노파가 흐흐흐 웃는데, 오병정이 물이 가득 담긴 물통을 메고 이층으로 올라왔다. 사내를 한참 바라보고 있던 왕노파가 침을 꿀꺽 삼켰다.

“저 힘줄 꿈틀거리는 것 좀 봐. 이불 속에서도 기운깨나 쓰겠구먼.”

“할머니도 젊은 사내를 보면 음심이 솟나요?”

“흐흐흐, 늙은 당나구라고 당근 마다하는 것 봤어? 나중에 돌아갈 때 내 집에 들려 매실차나 마시고 가라고 은근히 말을 넣어 봐. 찻값은 색시 앞으로 달아놓고 마셔도 된다고하면서 말씀야. 그렇다고 색시한테 찻값 달래겠어?”

왕노파의 말에 반금련이 속으로 호호 웃었다.

‘이제보니 이 할멈이 엉뚱한 욕심으루 내 집엘 왔구먼. 허나 내가 먼저 일을 치룰 것이구만.’

반금련이 속으로는 그리 생각하면서도 겉으로는 호호 웃었다.

“그럴께요. 할머니도 날 위해 애를 쓰시는데, 저도 은혜를 갚을 길이 있으면 갚아야지요. 걱정말고 기다리세요.”

“고맙네, 색시. 늙은이의 마음을 알아주어서. 허면 난 가봐야겠구먼. 손님이 올지도 모르니까.”

“그러세요. 할머니가 이웃에 살아서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어요.”

“피차일반이지.”

왕노파가 물통에 물을 비워놓고 이층을 내려가는 오병정의 뒤를 따라가다가 흘끔 돌아보고 한 쪽 눈을 찡긋했다.

‘자기 말로는 정조를 지켰다고 하지만, 하는 꼴을 보면 청아현의 화냥년이 틀림없구먼.’

반금련이 얼굴을 찡그리다가 창가로 다가가 골목을 내려다 보았다.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 찻집 앞에서 왕노파가 오병정의 어깨를 툭툭치다가 하늘을 향해 흐 웃었다.

‘영락없는 늙은 잡년이구먼. 내가 따로 다리를 놀 것도 없겠는데.’

어쩐지 맛 있는 떡을 왕노파한테 빼앗긴 기분이 든 반금련이 고함을 버럭 질렀다.

“오병정, 머해요? 하루 해가 그리 긴 것도 아닌데.”

그 말을 알아들은 오병정이 서둘러 찻집 앞을 떠났다. 왕노파가 뭐라고 투덜거리며 흘끔 올려다 보다가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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