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29>구리빛 꼭지,앵두알처럼 탱글탱글
평설 금병매 <29>구리빛 꼭지,앵두알처럼 탱글탱글
  • <최정주 글>
  • 승인 2004.04.02 1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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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반금련의 봄 <29>

“우선 물부터 데우세요. 목욕을 먼저 해야겠어요.”

오병정이 두 번 째 물을 길어왔을 때 반금련이 말했다.

“예, 그러지요.”

“난 침상에서 한숨 잘테니까, 물이 다 데워지면 목간통에 채워놓고 깨우세요.”

반금련이 하품을 하며 침실로 들어갔다. 침상에 누워 눈을 감자 갑자기 몸이 붕 떠오르는 느낌이 들면서 옷을 홀랑 벗은 오병정의 모습이 머리 속 가득히 그려졌다. 그만한 등치라면 사타구니의 연장도 우람할 것이라는 상상만으로도 계집은 숨이 차오르면서 아랫도리가 후꾼거렸다.

‘일단 내 독 안에 든 쥐새끼인데, 저 놈을 어떻게 잡아먹지? 도련님한테처럼 술을 먹일 수도 없고.’

반금련이 사내를 잡아먹을 궁리를 하면서 제 손으로 검은 숲을 헤집고 옹달샘가를 가만히 문질렀다. 그러자 입에서 저절로 아으아으 하는 신음이 쏟아져 나왔다. 제 소리에 놀란 반금련이 나머지 손으로 얼른 입을 틀어막고는 문 밖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나 밖에서는 별 다른 기척이 없었다. 하기야 오병정이 특별한 음심을 품고 있지 않은 이상 방안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반금련이 반식경 남짓 병정 놈을 잡아 먹을 궁리를 하면서 혼자 손장난을 치고 있는데, 발소리가 쿵쿵 다가왔다.

“아씨, 물 다 데웠는데요.”

문밖에서 오병정이 큰 소리로 말했다.

“알았어요. 목간통에 부어놓았겠지요?”

“예, 아씨.”

“고마워요. 애썼어요. 하면 내가 목욕을 할 동안에 주방 설거지를 하세요.”

그렇게 지시해 놓고 반금련이 사뿐사뿐 걸어 목간으로 갔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어제 밤에 뿌렸던 향수 냄새가 치맛자락에서 풍겼다.

막 목간 안으로 들어가려던 반금련이 어쩐지 뒤꼭지가 간질거려 흘끔 돌아보았다. 오병정이 얼른 고개를 돌리며 주방으로 들어갔다.

‘흐흐, 명색이 사내인데, 나처럼 아름다운 꽃한테 무심할 리가 없지.’

반금련이 생긋 웃으며 목간으로 들어가 옷을 훌훌 벗어 벽에 걸고는 가슴을 내려다 보았다. 제 몸이지만 보면 볼수록 아름다웠다. 일찍부터 사내를 겪었다고는해도 아이를 낳은 적이 없는 몸은 처녀처럼 탱탱했다. 잘 익은 수밀도같은 젖통과 한 가운데의 구리빛 꼭지는 앵두알처럼 탱글탱글했다.

‘이리 아름다운 내 몸을 동냥치같은 무대놈이 밤마다 가지고 놀게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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