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얘기
기분 좋은 얘기
  • 승인 2004.04.05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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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일로일로일소일소(一怒一老一笑一少)라고 한다.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도 있다. ‘웃는 얼굴에 뭣 못한다’는 속담도 있다. 7-8년 전에 미국에서 온 재미한국인 의사가 ‘엔돌핀’이라는 호르몬 얘기로 세상을 즐겁게 들쑤셨다. 웃음을 필두로 한 기분 좋은 마음 상태가 인간의 건강과 복지를 증진시킨다는 뜻이겠다.

 80년대에는 어느 대통령인가가 정당 사무실에 들렀을 때 ‘미친 듯이 웃자’라는 표어를 보고 ‘헤프다’하여 철거명령을 내렸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역설과 페이소스(pathos)로 눈에서 눈물이 나도록 쾌청한 해학을 선사한 러시아 문호 막심 고르키의 작품은 웃음보다 더한 유쾌한 호르몬 작용을 일으킨다.

 2000년대에 이르러 특히 작년과 올해에 들면서 기분 좋은 얘기들이 잘 들리지 않는다. 유머도 정겨움도 사라진 난무하는 표독의 정치 때문일 게다. 그러나 그 와중에 저절로 미소가 흐르게 하는 소식이 바깥에서 들어온다. 엊그제 도쿄 하네다 공항에 내린 영화배우 배용준을 보기 위해 30-40대 여자들이 5000명이나 모여 북새통을 이뤘다고 한다.

 일본 여인네들이 그처럼 많이 몰려들었다고 해서 나오는 미소가 아니다. 한국인이 일본에서 꽤 팔린다는 계산 같은 것은 더더욱 아니다. 작금의 1-2년 간 한일 관계가 어떠한가. 신사참배와 위안부 문제, 독도영유권과 교과서 왜곡, 그리고 일본 재무장과 친일파 청산 등으로 얼마나 첨예한가.

 국가라는 목적사회의 차이가, 민족과 같은 자아(identity)의 구분이, 또 국제적 이해의 충돌이 어떻든 간에 정서적 호의나 공감의 장에는 어떤 경계나 대립도 필요없다는 안도감에서다. 그것은 곧 언어를 떠난 감정의 소통이고 체감의 융화라 할 수 있다. 어떻게 말해지지 않아도 스스로 접합하고 맺어지는 본원적 감성의 교류다.

 그것은 장래성있는 예고다. 무엇보다 즐거운 소식이다. 그래서 기분좋은 미소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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