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30>호락호락 아랫녁을 맞추자고...
평설 금병매 <30>호락호락 아랫녁을 맞추자고...
  • <최정주 글>
  • 승인 2004.04.05 1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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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반금련의 봄 <30>

반금련은 생각할수록 약이 올랐다. 다행이 사내다운 사내인 무송이 오긴 했지만, 자기 형님을 부처님 만큼이나 섬기는 무송이 호락호락 아랫녁을 맞추자고 나올지도 의문이었다. 그렇다고 밤마다 비싼 홍주에 취하게 만들어놓고 꿈이라 핑계대며 살을 맞출수도 없었다.

‘꿩대신 닭이라고 도련님이 안 되면 저 병정놈이라도 데리고 놀면 되지. 왕할멈의 말마따나 눈만 크게 뜨면 세상에 널린 것이 사내가 아닌가. 도련님께 말하여 날마다 병정을 바꾸어서 보내달라고 해도 좋겠지.’

물통 속에 들어앉아 젖가슴을 뽀드득 소리가 나도록 문지르며 궁리에 잠기던 반금련이 문득 뜨뜻해지는 아랫녁을 느끼고는 소리를 버럭 질렀다.

“오병정, 오병정 이리 좀 와 봐요.”

오병정이 이내 목간 앞에 와서 물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아씨.”

“물이 뜨겁잖아요. 잘못하다간 살이 데겠어요. 찬물을 한 바가지만 가지고 오세요.”

반금련의 말에 오병정이 잠시 멈칫거렸다.

“아, 뭐해요. 내 살이 다 익은 다음에 물을 가져올 거예요?”

“예, 예. 가져다 드리죠.”

오병정이 이내 찬물 한 바가지를 가지고 목간 문 밖에 와서 말했다.

“찬물을 가져왔는데요, 아씨.”

“가져왔으면 얼른 들어오지 않고 뭐해요?”

저 놈이 어쩌는가 보자, 하는 심정으로 반금련이 재촉했다. 그러자 오병정이 문을 조심스레 열고 고개를 뒤로 돌린 채 목간으로 들어왔다.

“통에 부우세요.”

“예, 아씨.”

오병정이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대꾸하고는 멈칫멈칫 다가와 물통에 찬물 한 바가지를 붓고는 얼른 돌아섰다.

“오병정. 잠깐만 있어봐요.”

“다른 시키실 일이라도 있나요?”

“시킬 일이 있으니까 불렀지요. 이층 거실로 들어오는 문을 잠그고 오세요. 난 내가 목욕을 하는 동안에는 비록 남편이라도 누가 들어오는 것은 싫거든요.”

반금련이 가슴에 물을 끼얹으며 아이고 시원하다, 아이고 시원해라, 하며 탄성을 내질렀다.

“예, 하면 저는 문을 잠그고 설거지를 하겠습니다.”

오병정이 서둘러 목간을 나갔다. 그 뒤에 대고 반금련이 다시 말했다.

“침실에 내가 입던 옷이 있을거예요. 그걸 좀 가져다 줘요.”

“알겠습니다, 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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