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골프 러시와 한산한 선거장
해외골프 러시와 한산한 선거장
  • 승인 2004.04.06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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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5일 연휴와, 주5일근무제 업체에 해당하는 3일 연휴의 국민들 행보는 마침 열흘 남짓한 17대 총선과 어울려 미묘한 대비를 이뤘다. 연휴를 탄 도시의 부유층들은 유명 국내외 리조트로 여행을 떠나고, 농촌은 농번기에 몰려 일손이 바쁘고, 선거 출마자들은 표심을 좇아 분주한 걸음을 내딛었다.

 어제 본보는 도내에만도 연간 1만5천-2만명의 해외골프 여행자가 있어 최소 100만원씩 잡아도 200억원이 도내에서 외국으로 직접 유출되는 실정임을 밝히고 있다. 공식 비용이 그거라면 허풍과 허세에 바친 한국인들의 속성상 그 5배쯤 되는 1천억원정도가 실제 쓰는 돈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전국에서 제일 가난한 도인데다, 아직 GDP 1만달러가 안된 지역에서, 인구가 하루 다르게 줄어드는 척박한 환경에서, 일부 허세들의 쓰임새가 그러하거늘 그것을 꼭 ‘자기 돈 갖고 자기가 쓰는데 누가 뭐라고 하느냐’는 식으로 치부해 버릴 일이 아니게도 되어 있다.

 그들이 연휴 기간 중 시골의 어느 마을에서, 그것도 그 면에서는 두어 군데 정도 큰 곳으로 꼽히는 초등학교가 있는 마을에서, 그나마 유력한 당선 후보이기에 농사일 바쁜 틈을 쪼개어 수십명 정도가 모여든 개인 연설회장을 떠올려보는 것은 그리 무용한 일이 아닐 것이다.

 거기에서 FTA로 문드러진 농심을 달래고 비상한 대책을 내어 FTA 이전보다 더 잘 사는 농촌을 만들겠다고 다둑거리는 후보의 말이 얼마나 먹혀들지 가늠할 길이 없으나 선거를 통해 그러한 소통의 기회가 주어진 것은 선거의 유용성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도시민들 특히 소득이 높은 층이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는 일이다.

 가진 자들이 사회 지도층이 안되겠다고 스스로 피한다 할지라도 그것이 연휴가 오거나 틈만 나면 해외로 놀러 나가 아까운 달러를 풍풍 쓰는 빌미가 될 수 없음은 자명한 이치다. 가진 자의 국민적 책무와 어떤 이유로든지 간에 남보다 더 받을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한 진중한 음미와 심사숙고의 자세가 요구된다 하겠다. 그거야말로 진정한 국민통합의 요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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