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31>물건이 고개를 처들고
평설 금병매 <31>물건이 고개를 처들고
  • <최정주 글>
  • 승인 2004.04.06 1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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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반금련의 봄 <31>

가만히 문을 닫으며 돌아서는 오병정의 걸음이 어쩐지 어기적거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눈으로 확인은 안했지만 벌거벗은 계집을 상상하고 사타구니의 물건이 고개를 처들고 있음이 분명했다.

‘흐흐, 물건이 안 스면 고자지, 고자. 어디 저 놈이 어찌하는가 볼까?’

반금련이 음흉한 미소를 풀풀 날리는데 오병정이 옷을 가지고 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반금련이 서둘러 목간통에서 나와 문을 열고 상반신을 내밀었다. 오병정이 고개를 숙인 체하면서도 두 눈은 계집의 가슴을 훑었다. 그걸 모를 계집이 아니었다. 아니, 계집은 사내의 사타구니가 이미 터질만큼 부풀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명주수건으로 몸을 닦고 속이 훤히 비치는 비단옷을 입고 거실로 나온 반금련이 그냥 침실로 들어갈까 하다가 주방으로 갔다. 돼지기름이 범벅이 된 그릇을 씻고 있던 오병정이 어쩔 줄 모르고 주방 한 구석으로 가서 몸을 돌리고 섰다.

“대장부가 멀 그리 부끄러워하세요?”

“아, 아닙니다. 필요한 것이 있으십니까?”

“배가 고픈데 먹다 남은 만두가 있을거예요. 좀 데워다 주실래요?”

“그러지요. 들어가 계시지요.”

“고마워요. 빨리 가져다 주세요.”

반금련이 서둘렀다. 기왕에 오병정을 잡아 먹기로 작정한 것, 머뭇거릴 필요가 없었다. 무대가 돌아올지도 몰랐고, 왕노파가 느닷없이 찾아와 다 된 밥에 재를 뿌릴지도 몰랐다. 어쩌면 응큼한 왕노파가 젊으나 젊은 년놈들이 무슨 짓을 하는가, 염탐을 올지도 몰랐다. 쇠는 닳아올랐을 때 두드려야 연장이 되는 법이었다.

침실로 돌아온 반금련이 몸 곳곳에 향수를 뿌리고 앞가슴을 절반 쯤 열어놓은 채로 침상에 반드시 누워 눈을 감았다. 잠시 후면 있을 살풀이를 생각하자 계집의 몸둥이가 사정없이 달구어지기 시작했다. 입에서는 저절로 아응아응하고 신음이 흘러 나왔다. 마음같아서는 만두고 뭐고 다 그만두고 빨리 오라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으나, 오병정을 너무 몰아세우는 것도 사내가 발뺌할 기회를 줄지도 모른다는 염려에 숨을 씩씩거리면서 참았다. 남녀간의 교접이라는 것은 물흐르듯이 자연스러워야 즐거운 법이었다. 사내를 잡아 먹으면서도 사내로 하여금 잡아먹힌다는 기분이 들게 해서는 안 되었다. 저절로 그리되게 만들어야하는 것이었다. 사내로 하여금 먼저 덤벼들게 만들어야 나중에 일이 생기면 변명거리라도 생기는 법이었다. 우악스런 사내가 앞뒤 분간 못하고 덤비는 통에 강제로 당했노라고 덤테기를 씌울거리는 만들어놓아야했다. 아무리 그렇다고는 해도 계집은 다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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