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항존적 가치와 시대적 가치
교육의 항존적 가치와 시대적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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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4.0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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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 2월 17일 e-Learning 체제 구축과 방과후 수준별 보충학습, 학벌주의 극복을 위한 사회제도 개선과 의식 개혁 등을 골자로 하는 ‘사교육비경감대책’을 발표했다. 그리고 4월 1일부터 EBS 수능 강의를 포함한, e-Learning을 통한 사이버 학습 지원이 시작됐다.

발달된 정보통신 매체를 활용한 e-Learning 시대의 개막에 즈음하여, 오늘날 우리 교육이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가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교육이 추구하는 이념에는 시대를 초월하여 변함없이 중요한 상수로서의 항존적가치와, 시대와 사회의 상황과 요구에 맞게 달라져야 하는 변수인 시대적가치가 있다. 

 교육의 항존적 가치는 인간이념으로서의 전인성, 사회이념으로서의 자유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 교육원리로서의 자발성과 자율성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현재 우리가 처한 21세기의 교육의 시대적 가치로는 세계화, 정보화로 특징 지을 수 있는 지식기반사회에 대한 대비를 꼽을 수 있다. 우리는 여기서 항존적 가치나 시대적 가치 어느 한 쪽에 치우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항존적 가치는 유지 발전시켜야 하고, 시대적 가치에 적응하고 나아가 이를 주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오늘날의 급변하는 지식기반 사회에서 살아남고 더 나아가 이를 주도할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 시대적 가치야말로 교육의 중요한 이념이 되어야 한다. 쟁기 대신 트랙터를, 주판 대신 컴퓨터를 가르쳐야 한다. 정보화 시대는 정보와 지식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세계화는 세계를 하나의 시장으로 만들면서 인간을 무한 경쟁으로 내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교육의 시대적 가치에 대한 지나친 중시와 편견으로 인해 우려를 낳고 있다. 교육의 시대적 가치의 최대 화두는 지식교육이며, 지식교육은 자기주도적 학습이나 문제해결학습, 탐구학습을 통해 창의성을 기르는 데 그 초점을 두어야 한다. 그럼에도 선행학습을 통해 ‘남보다 빨리, 남보다 많이’ 공부시키려는 이른바 떠먹여주기식의 교육을 지식교육의 첩경인 양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 우리 교육의 문제이다. 남이 하니까 하지 않으면 우리 아이만 뒤쳐져지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 심리, 사교육에라도 아이를 맡겨야 마음이 놓이는 부모의 조바심, 이미 해왔으니 무비판적으로 계속하는 습관 등이 선행학습의 악순환을 낳고 있다.

  이러한 선행학습은 원리나 개념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미리 공부한 것으로 모든 것을 다 아는 양, 학교수업에 집중하지 못해 우리 교육을 어렵게 하고 있다. 학교 수업을 무시하다 보니 자연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곳이 사교육이다 보니 선생님의 권위도 위협받게 되는 것이다. 선생님에 대한 존경과 신뢰 없이는 교육의 항존적 가치인 인성교육은 물론이고, 시대적 가치인 지식기반시대를 주도할 효율적인 지식교육도 기대하기 어렵다.

학교와 가정은 수레의 양 바퀴와 같으며, 가정은 한 인간의 성장·발달과정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환경 요인이다. 가정과 학부모가 학교교육을 신뢰하지 않는 한 교육 이념을 논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이념은 오로지 학벌이고 출세주의로만 남을 뿐이다. 학교와 가정이 교육에 대한 관점에서 지향하는 점이 일치할 때, 비로소 우리 학생들이 일관된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창의력 있는 인간으로 자라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학부모도 의식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교육의 항존적 가치의 바탕 위에서 변화하는 시대적 가치를 수용해야 한다. ‘나’만이 아닌 ‘우리’를, ‘지식’보다 먼저 ‘바른 인성’을, ‘정답을 외는 것’이 아니고 ‘정답을 생성해내는’ 자녀로 기르고자 하는 생각을 가져야 할 것이다.

가정과 학교가 우리 학생들의 바른 성장과 자아실현을 위해 상호보완의 역할을 담당하여, 우리 학생들을 제각각의 바람직한 인성과 개성, 그리고 창의력을 지닌 인재로 육성할 수 있도록 교육공동체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전주교육청 교육장 신국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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