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문제는 호남고속철의 임시변통적 운행 개시가 비정상적인 줄 알면서도 경부고속철에 맞추어 동시 개통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호남푸대접 인식을 발발시키지 않으려는 정부의 작위적 의도와 고속철에서 지역의 상실감을 조금이나마 벌충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주민들의 단견이 빚은 엉뚱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시속 300km의 열차가 고작 최대시속150km 이하의 주행을 위해 만들어진 철로 위에서 제대로 운행될 수 없으리라는 건 상식 아닌가. 또한 그만큼 빠른 열차의 운행은 그에 걸맞은 횟수의 운행 증대가 필연적으로 수반된다. 최신의 철로 시설과 적정한 지역의 여객 수요가 상존해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호남고속철은 전북의 도청소재지인 전주를 경유하지 않고 있다. 순전히 광주와 목포만 겨냥한 듯한 인상이기도 하지만 온전한 철로계획이 서지 않은 상태에서 경부선 개통이 가까와지자 거기에 맞춰 무리한 일정을 세우다보니 실체가 없이 말뿐인 호남고속철이 되어 버린 탓이다.
정부는 진정한 ‘호남고속철’의 건설을 추진해야 한다. 기존 대전-목포 사이 호남선에 손질을 가해 ‘고속철입네’하고 선전하면서 차량도 줄여보고 속도도 축소해 보는 땜질용 고속철에 시간을 낭비할 계제가 아니다. 고속도로와 달리 기존노선을 확장한다거나 보완해서 해결할 성질의 것이 아님은 정부가 더 잘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 역세권 개발이니, 한 나절 생활권이니 하며 떠드는 건 주민 기만에 지나지 않을 공산이 크다. 가령 전주시민들이 뭣하러 익산까지 고속철을 타러 가려고 할 것인가. 전주시민의 이용이 없는데 익산의 역세권 개발이 활성화되겠는가. 27년만에 겨우 복선화가 이루어진 호남선처럼 어영부영 기어가는 호남고속전철화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