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32>열린 앞가슴...알싸한 냄새가
평설 금병매 <32>열린 앞가슴...알싸한 냄새가
  • <최정주 글>
  • 승인 2004.04.07 1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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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반금련의 봄 <32>

반금련이 참다못해 아, 만두를 사러갔나요? 하고 소리를 지르려는데 오병정의 발소리가 들렸다.

“아씨, 만두 가져왔는데요.”

“안으로 들어와요.”

반금련의 말에 문이 조심스레 열리고 오병정이 만두가 담긴 목반을 들고 들어왔다. 반금련이 일어나 앉으며 목반을 받았다.

“아주 적당하게 잘 데웠네요. 오병정도 하나 들어요. 벌써 점심 때가 다 되었잖아요.”

반금련이 만두 하나를 들어 오병정에게 권했다.

“저는 안 먹어도 됩니다. 나중에 병영으로 돌아가 먹겠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말아요. 내가 아무려면 날 도와주러 온 사람을 굶길 것 같아요? 어서 받아요.”

반금련이 사내의 손을 끌어다 만두를 쥐어주었다. 사내의 손은 따뜻했다.

마지못한 듯 오병정이 만두를 입으로 가져갔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반금련이 날씨가 참 덥네, 하고 중얼거리며 이미 열린 앞가슴의 옷자락을 잡고 할랑할랑 부채질을 했다. 그때마다 알싸한 향수 냄새가 사내 쪽으로 흘러갔다.

오병정이 만두 하나를 다 먹었을 때 반금련이 물었다.

“오병정은 색시 있어요?”

“어, 없습니다.”

“장가 안 갔어요?”

“집이 가난해서요. 온다고 하는 색시가 없었습니다. 어머님과 단둘이 살고 있습니다.”

오병정의 귀밑이 붉게 물들었다.

“불쌍해서 어떡허나? 나이가 스무 살은 넘었을 것같은데, 아직껏 색시 재미도 모르고 살다니. 여자 손도 안 잡아 보았겠네요?”

반금련이 혀까지 쯧쯧차며 오병정의 손을 살며시 잡아당겼다. 흠칫 어깨를 떨었을 뿐, 오병정이 손을 빼가지는 않았다. 투박하지만 따뜻한 사내의 손을 잠시 조물락거리던 반금련이 아이구구, 허리야, 하면서 주먹으로 등을 토닥토닥 두드렸다.

“오병정, 미안하지만 내 등 좀 조곤조곤 두드려줄래요?”

“예?”

“어렸을 때 감나무에 올라갔다가 떨어진 일이 있는데, 날씨가 궂으려면 어김없이 송곳으로 쑤시는 듯 아프답니다. 좀 두드려주어요.”

“그래도 어떻게....”

“머 어때요? 어차피 오병정하고 나하고 둘 밖에 없잖아요. 우리 둘만 입 다물면 누가 알겠어요. 얼른요. 아파 죽겠어요.”

반금련이 재촉하자 오병정이 얼굴을 붉게 물들인 채 어찌할 줄을 몰라 빤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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