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선 복선전철화’는 명칭 그대로 단선인 전라선 철로를 먼저 복선화하고 그 위에 전기철도 시스템을 가설하여 전기기관차를 운행시키는 것이 이 사업 취지이다. 그리고 여기서 전철화라는 명목으로 가동하려는 전기열차는 단순한 전철이 아니라 고속열차를 말하는 것이다.
‘단순 복선철로’에 ‘전기’를 가설한 ‘고속열차 운행’이라는 비빔밥 열차 노선을 만드는 것이 ‘전라선 복선 전철화’의 실체인 것이다. 이는 현재의 호남고속철처럼 말이 고속철이지 그냥 전철 철로에 고속열차를 띄우는 것과 같다. 다만 전라선은 고속철이라 하지 않고 ‘복선전철화’라는 사실표현을 했을 뿐인 것이다.
이처럼 명과 실이 다른 상황에서 제기되는 문제가 없을 리 없다. 시속150km 이하로 달리는 전철에 엄청난 비용을 들여 시속300km 고속열차를 운행시키는 게 옳으냐는 의문도 있을 것이다. 호남선도 마찬가지이만 거기는 여객수 기능이 다르고 고속철 신규건설 계획도 있다.
전라선은 이번 복선화 후에 신규 고속철을 건설할 엄두를 낼 수 없는 처지이다. 만일 어떤 특별한 요인이나 여건의 급격한 개선으로 실질적 고속열차를 운행할 기회가 되면 그때 가서 신규철로를 놓아도 결코 늦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역세권 등 낭비성 무용성 주제로 투기나 주민의식 왜곡을 부채질할 이유가 없다고 하겠다.
지역개발을 촉진시키는데 시속 100-150km 전철 가동이 기여할 정도가 뻔한데도 이것으로 다른 중요 역내사업의 자금투입이나 생산기반확충 투자에 악영향이 미쳐서는 안될 것이다. 특히 도로나 철로 항만 등 사회 인프라 구축 시업에 지역건설업체가 대거 참여하도록 방안을 강구하는 일도 간과되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