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브사랑에 빠진 남원시장
허브사랑에 빠진 남원시장
  • 승인 2004.04.08 18: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설 “태백산맥”과 “남부군” “토지”와 “혼불” 을 비롯하여 수많은 작품의 배경이 되었을 뿐 아니라 문화와 산업의 보고이기도 한 지리산, 웅장하면서도 단아하고 준험하면서도 너그러운 산세가 생태의 보고를 이루게 했고 인문의 번성을 가능케 했다.

3도에 걸쳐 수많은 취락들이 지리산 자락에 쌓여 영고성쇠를 거듭해 왔지만 그 가운데서도 남원은 가장 긴 세월 동안 오롯이 그 정기를 담아내고 있는 고장이다. “춘향”, 작품 속의 주인공이 실제 인물화 하여 숭고한 사랑의 표상이 된 경우는 세계에 유일할 만큼 특이하다.

춘향전 사설을 정리한 동리 신재효 선생은 한국의 ?스피어로 추앙을 받고 춘향전은 영어, 불어, 스페인어, 러시아어로 번역돼 세계의 문학작품 서가에 꽂히게 된다.

춘향의 넋, 허브로 환생하는가?

사랑, 정절 그리고 일편단심은 춘향의 목슴 보다 소중한 가치이고 거기에서 사람들은 진한 향기와 아름다움을 느낀다. 김영랑은 그의 시“춘향”에서 끝내 “오! 일편단심”을 표제어처럼 읊었다. 춘향의 넋은 무엇으로 환생했을까? 아마도 세상사람 모두가 영원토록 사랑할 그 어떤 꽃이었겠지. 청초한 자태에 그윽한 향기를 간직한 푸새의 것으로 태어났겠지.

이몽룡의 연인이 아니라 만인의 연인으로 환생했겠지. 그곳이 남원의 지리산 자락임에는 누구도 의심할 사람은 없다. 땅이 좋아야 풀이 아름답고 풀이 이름다우면 사람 살기가 편하다 하여 예로부터 남원은 미색이 출중했고 식색이 뛰어나 풍류가 성하였다.

춘향은 그래서 남원에 적을 두었고 거기에 세기적인 사랑을 꽃 피웠으며 넋 또한 남원에 환생했음은 소설적인 추론으로 가능하다. 아미티에 김정식 사장의 현장 답사, 지리산의 허브식물 자생, 관광자원 개발 공모전 최우수 영예, 세계 허브엑스포 개최,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자치단체장의 확고한 신념, 이들의 만남은 춘향 넋 허브 환생을 도왔던 요소들이다.

체계적으로 보면 남원시, 전주대, 아미티에가 함께 만들어 낸 민관학의 표본이기도 하다. 모든 식물은 신선함과 정결 그리고 나름대로의 향을 지니고 있겠지만 독초와 악초가 있기에 건강하고 아름답고 향기롭고 여유로운 생활에 가교 역할을 하는 허브의 존재가 더욱 돋보이기 마련이다. 허브를 빌어 춘향의 환생을 상상해 보는 소이도 여기에 있다. 춘향의 사랑이 오늘날 지구촌의 화두가 되어 가고 있다면 이미 세계인의 관심거리가 되어 있는 허브의 중심을 남원에 두려는 작업은 결코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춘향, 허브, 최진영의 동거

뿐만 아니라 문화와 산업을 연계하려는 노력이 돋보이는 경우라 더욱 이채롭다. 춘향을 소재로 한 남원 춘향제가 열린지 올해로 74년, 해를 거듭할수록 규모는 조금씩 커지고 신소재의 등장은 시도되어 왔지만 이른바 문화산업으로의 발전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던게 사실이다. 이런 관점에서 허브엑스포를 춘향제와 접목하려는 시도는 매우 적절하고 이채롭다.

“허브엑스포를 춘향제가 뒷받침해 준다” 끼워 넣기로 오해할 수도 있지만 어차피 엑스포는 문화행사를 함께 기획해야 한다면 별도의 예산 없이 행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계획이다. 이몽룡이라는 존재가 없었다면 춘향의 사랑도, 정절도, 그리고 일편단심도 있을 수 없었던 것처럼 문화행사 춘향제는 허브엑스포와 더부러 그런 사연들을 만들어 가리라 믿는다. 허브로 환생한 춘향의 넋은 최진영이라는 신관사도의 집례로 환생전의 춘향과 가약을 맺어 한지붕 밑에서 동거를 시작하게 되었다.

세계의 허브가족들이 축하상품을 들고 남원을 찾아 제각각의 아름다움과 향기와 맛을 선사하며 춘향의 정절, 사랑 그리고 허브의 신선하고 진한 향들을 즐기게 해 줄 것이다. 광한루 근처에 춘향소재의 많은 상품들이 성시를 이루고 있는 것처럼 그 이웃에 허브를 소재로 한 건강과 맛과 신선함과 아름다움을 가꾸어 주는 사업들이 또한 성시를 이루게 된다면 남원은 모름지기 춘향과 허브가 함께 한 세계적 관광지로 발돋움하게 된다.

5월4일, 허브엑스포가 춘향의 정절과 함께 세계에 선보이게 되는 날 춘향과 허브 그리고 최진영의 동거는 만인의 축복 속에 호적 등재의 기쁨을 누릴 수 있으리라.

안 홍 엽(원광대겸임교수/주)필-애드대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