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다르지만 옛날에는 바가지만큼 우리 생활과 밀접한 도구는 없었다. 곡식이나 물을 퍼내는 기능 이외에도 조롱박이라고 해서 작은 호리병 모양의 박은 휴대용 물병으로 허리에 차고 다니면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동국세시기』에 어린아이들이 겨울부터 빨강 파랑 노랑의 호리병 박을 차고 다니다가 정월 대보름 전날 밤에 남몰래 길가에 버리면 액(厄)을 물리칠 수 있다는 기록도 나온다. 그래서 우리 민속에 표주박은 귀신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휴대용 감옥이요 예방용 액막이이기도 하다.
▼‘바가지를 긁다’란 말이 있는데 이것 역시 잔소리가 심함을 이르는 말로서, 주로 아내가 남편에게 잔소리와 불평을 쏟을 때 쓴다. 이 말은 옛날 전염병이 돌면 그 귀신을 쫓기 위하여 상 위에 바가지를 놓고 긁었는데, 그 소리가 매우 시끄러웠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무척 듣기 싫은 소리였음으로 ‘심한 잔소리’의 뜻으로 쓰이고 있다.
▼요즘 말 함부로 하고 행동 잘못 하다간 바가지 쓰기 십상이다. 선거가 임박하자 각종 루머가 횡행하고 상대방에 대한 이렇쿵 저렇쿵하는 말이 나오게 마련이다. 물론 확실한 증거가 있다면 쓴 소리 단소리 할 수 있으나 막연히 있지도 않는 말을 꺼냈다가는 엄청난 덤터기를 입기 쉽다. 비록 우리가 주권을 가지고 선량을 뽑을지라도 확실한 자기판단과 기준에 의해서 권리를 행사해야지 아는 척 하거나 허튼소리 하다가는 바가지 세례를 맞을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 바가지 쓰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