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의 기로(?)
파병의 기로(?)
  • 승인 2004.04.11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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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은 풀려났고 일본인은 억류된 채다. 일본은 이라크 파병 자위대 철수 요구가 들끓고, 한국은 추가파병 철회 압력이 비등하다. 풀어 주나 안 풀어 주나 똑같이 이라크 납치전술에 두려워 떠는 모습이다. 한쪽은 무력으로 버릇 고치고 다른 한쪽은 화해로 굴복시키는 절묘한 전술 구상이다.

 주목되는 것은 한국과 일본의 국가적 대응 차이이다. 한국이 이미 이라크 파병을 반대했던 민주당을 중심으로 정치 쪽에서 먼저 정부의 파병 재고를 외치는 소리가 세를 얻고 있으나 아직 일본은 정치에서의 움직임은 진중하다. 한국에서는 파병에 찬성한 여당에서조치 상당한 동요가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사흘 후 실시될 총선에서 ‘이라크 파병’이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이슈가 될 것이라는 판단을 각 당이 내리게 되면 더욱 예민한 수준의 반응이 당 차원에서 터져 나올 것이다. 특수 목적을 가진 사회 혹은 시민 단체와 기구들이 특정한 정당에 유리하도록 아니면 자신들의 목적 달성을 위해 ‘파병 때리기’에 나설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파병 때리기’에 나서는 것은 대단히 위험스런 짓이다. 국가가 결정하여 실행에 옮기고 있는 현안을 일시적 현상으로 갑자기 중단하거나 철회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국가를 우스운 존재로 추락시키는 꼴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게 우스워진 국가가 어떻게 자체의 위신과 내용을 스스로 지탱할 수 있겠는가.

 총선 전까지 사태 추이를 관망하되 각 정파간에 정치적으로 사태를 이용하려는 위험성을 경계시키고 스스로 자중하는 자세를 지켜야 한다. 이라크의 혼란세력들이 한국에 호의를 보인다고 해서 그 호의가 순식간에 스러질 것이 아까워서 졸속의 결정을 내리려 든다면 그야말로 국가 100년대계를 망치는 심상치 않은 작태로 치부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일 총선이 끝난 뒤에도 사태가 더욱 악화된다면 그때에 파병번의를 비롯한 폭넓은 국민의사의 검증을 거쳐 새로운 판단이나 결정을 내려도 늦지 않을 것이다. 그때는 국민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정치권의 행동이나 선택에 가담하고 동의할 수 있으며 그래야 국론분렬의 우려도 불식시킬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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