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百態
선거 百態
  • 승인 2004.04.14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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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대 국회의원 선거가 오늘 새벽 6시부터 전국 각 투표소에서 일제히 실시된다. 오후 여섯시까지 투표가 마감되고 봉함된 투표함이 개표소로 이관되면 즉시 개표가 시작된다. 예전에는 개표가 시작되고 다음날 새벽에 당락이 가려졌는데 요즘은 콤퓨터 집계로 초저녁에 대충 윤곽이 드러난다. 성급한 방송 출구조사는 투표끝나자 마자 당락을 가려내기도 한다.

▼이번 총선은 개정선거법에 따라 매우 엄격하게 통제되었다. 정당의 대규모 유세가 금지되고 후보자 개인별의 유세만 허용되었다. 이통에 각 후보자가 한자리에서 열리는 정견발표라는 것이 사라졌다. 운동장 가상사리에 줄섰던 막걸리 포장집이나 간단 요기거리 국수집도 깡그리 자취를 감췄다. 중년을 넘어선 한 유권자는 선거가 너무나 싱거워졌다고 푸념한다.

▼싱거워졌다고 해도 선거만 공명히 치뤄지면 된다. 돈뿌려지는 선거라 해서 금권선거라고도 하였고 관이 공공연하게 음성적인 선거운동을 하고다닌다 해서 관권선거라고도 했다. "올빼미표"에 "피아노표" 여당표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 서너사람씩 한조가 되는 "3인조" "5인조"가 공공연히 자행되기도 했다. 투표함을 이송하는 트럭에서는 특정 당선자를 위한 환표작업도 했다.

▼자유당 말엽의 "3,15부정선거"는 악면높기로 유명했다. 오직 했어야 부정선거로 정권이 무너졌겠는가. 4,19 학생혁명은 이 간악한 3,15부정선거가 그 도화선이다. 그러고도 5,16군사정권을 이은 역대 정권들이 거슬러지면서 부정선거는 황야의 잡초처럼 좀처럼 뿌리를 캐지 못했다. 그래서 한국의 선거는 민주주의에 조종이라고 까지 개탄했다.

▼그러나 세상은 많이 바뀌고 있다. 지닌날의 선거악폐를 오늘에 와서 그리 찾을 수는 없다. 그러나 아직도 그 뿌리는 남아있는지 선거법 위반사례들이 지난 16대보다 배나 늘어나고 있다. 선거법 위반 후보가 엊그제 64명에서 막바지에 109명으로 불어났다. 이들이 100만원 이상 벌금형만 받으면 당선무효가 된다. 아직도 우리 선거민주주의는 멀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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