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여당에 大波息笛의 고요를
거대여당에 大波息笛의 고요를
  • 승인 2004.04.15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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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우리당이 국회의원 42명의 미니 정당으로 분리되어 나온지 채 1년이 안되어 행해진 총선에서 일거에 국회의석 과반수를 차지한 약진의 실적은 상전벽해의 대사건이 무시로 발생하는 우리 정치사에서도 놀라운 일이다. 이는 여당 출범 이후 이어진 쉴새없는 정치권 진동의 과정에서 폭발적으로 증식된 변화의 기미라고 함이 옳을 것이다.

 지난 1년 전정부의 대북송금과 현정권 실세의 부정 비리에 관한 두 차례 특검실시, 검찰의 대규모 불법 대선자금 조사, 대통령 측근 비리와 선거법 위반을 지정한 국회의 탄핵 가결, 헌재 이송, 그리고 탄핵에 대한 국민의 거센 반대가 몰아치기까지 국민이 겪었던 심각한 정쟁과 분렬의 증상 또한 이번 선거 결과와 무관하다 할 수 없을 것이다.

 선거에 의한 거대여당 탄생은 권위주의 정부 말기 이래 대통령을 직선으로 선출하기 시작한 16년 동안 출현할 수 없었던 기적같은 체제의 대두라고 할 수 있다. 견제와 균형의 민주주의 원리가 거짓말처럼 국민의 직접선거에 의해 작동되어 왔던 우리의 국회사를 생각할 때 이는 또 하나 우리 정치의 시험기라고 할 수 있다.

 안정된 의석 부여는 단순히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닐 것이다. 국회안정의석을 여당에 주어야만 정권이 흔들림없이 줏대있는 국정운영을 꾀할 수 있다는 신뢰의 위임에 다름아니다. 그것은 여당이 추구하는 국민통합, 지역당 탈피라는 지향점과 국민의 신뢰및 상관관계를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요건인 것이다.

 이는 이번 선거 결과의 가장 호의적인 해석이요 적절한 순풍적 도움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그것은 또 하나의 시련이기도 하다. 분렬과 갈등을 뛰어넘어 국민통합의 진정한 대의를 구현할 수 있는 진성 여당으로 태어난다는 데 이의를 달 자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에 대한 신뢰의 배반은 국민의 가혹한 엄벌로서 다스려지는 까닭이다.

 그런 점에서 오늘 필요한 것은 휘몰아치는 비바람과 격렬한 파고의 충돌정치, 박살내는 싸움정치를 멈출 대파식적(大波息笛)의 고요라 할 수 있다. 우선 멈추어 평화의 피리를 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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