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39>침상에서 있었던 일을 발설하면
평설 금병매 <39>침상에서 있었던 일을 발설하면
  • <최정주 글>
  • 승인 2004.04.15 2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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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반금련의 봄 <39>

  왕노파가 시큰둥한 낯빛으로 계단을 내려갔다.

‘흐흐흐, 내가 아쉬울 것은 하나도 없구만. 무송 도련님에다 오병정만 있으면 된다니까. 서문나리가 생기기는 잘 생기고, 돈 많은 부자이긴 하지만, 도련님이나 오병정보다 아랫도리가 낫다고 어찌 믿느냐구. 더구나 서문나리와 정분을 맺는다면 정조를 지키라고 할지도 모르는데.’

혼자 중얼거리며 창가로 다가간 반금련이 왕노파가 찻집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 오병정을 침실에서 불러냈다.

“애썼어요. 순포도감께는 아무 말도 하지 말아요. 무슨 일을 했느냐고 물으면 물도 긷고 장작도 팼다고 하세요. 침상에서 있었던 일을 발설하면 오병정은 그 자리에서 맞아 죽을거예요.”

“저도 그 쯤은 아는구만요. 안녕히 계세요, 아씨.”

오병정이 절을 꾸벅하고 돌아갔다. 무대가 돌아온 것은 해가 지고 땅거미가 골목을 어슬렁거릴 때였다.

“오늘만큼만 떡이 잘 팔리면 금방 부자가 되겠어. 무송이가 복을 가지고 온 모양이야, 여보.”

무대가 떡함지박에서 만두와 고기와 홍주병을 꺼내어 넘겨주며 활짝 웃었다.

“잘 했어요. 안 그래도 내가 시장에 나가볼까 했는데, 어제 보니까 도련님이 고기를 아주 좋아하드라구요.”

“당신한테 말도 안 하고 사온 것은 미안하지만, 무송이가 잘 먹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먹이고 싶어. 얼마만에 만난 동생인데.”

“도련님을 생각하는 것은 나도 당신 못지 않아요. 미안해할 것 없어요. 그런데 도련님이 술도 잘 마시던데, 지금 나가서 홍주 한 병 더 사오세요.”

“그래도 될까? 홍주 한 병을 더 사면 오늘 번 것을 다 써버리는데.”

“내일 먹을 것은 내일 벌면 되잖아요, 어서 나가 사오세요.”

“하긴, 내일도 떡이 잘 팔릴 테니까, 걱정할 것 없어.”

무대가 헤헤 웃으며 술을 사러 나갔다. 반금련이 서둘러 고기와 만두를 삶았다.

‘오늘은 술을 조금만 먹여야지, 어제 밤의 방사가 꿈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해주어야지. 언제까지나 꿈인체 하면서 방사를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반금련이 식탁에 저녁상을 차려놓고 오두마니 앉아 기다리는데 무대와 무송이 함께 돌아왔다.

“어서 오세요, 도련님. 애쓰셨지요?”

“애는요, 무슨. 오병정은 일을 잘 하던가요?”

“그럼요. 기운이 장사라서 내가 사흘은 걸려 할 일을 한나절만에 마치던걸요. 너무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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