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에게 드리는 고언
정치인들에게 드리는 고언
  • 태조로
  • 승인 2004.04.16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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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경하는 정치인을 들라면 필자는 흔쾌히 독일의 빌리 브란트를 든다. 그는 독일 북부 항구도시 뤼벡에서 사생아로 태어나 독일총리를 지낸 사람이다. 고등학교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독일 사민당(SPD) 당원으로 활동했고 특히 히틀러시대 지하에서 반독재투쟁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원래 본명이 헤베르트 에른스트 칼 프람(karl herbertfrahm)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히틀러에 대항, 지하에서 투쟁하면서 안전상의 이유로 브란트라는 가명을 사용하면서부터 브란트라는 이름이 세상에 알려졌다.

그는 나치에 의한 체포 위험때문에 노르웨이, 스웨덴 등지로 망명했고 제2차 세계대전이후 베를린으로 돌아와 정치활동을 했으며 연방의회 의원, 베를린 시장, 사민당 총재,외무장관 등을 거쳐 1969년부터 72년까지 서독 총리를 지낸 인물이다. 1971년에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필자가 왜 새삼스럽게 빌리 브란트를 거론하나. 그의 동방정책 때문이다. 동방정책은 잘알려져 있는 것처럼 동서 화해정책이다. 독자들 중에는 1970년 브란트가 폴란드를 방문했을 당시 유대인 위령탑앞에 무릎 꿇고 나치만행을 사죄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한

번 쯤은 보셨을 것이다. 이 사진은 동서화해의 상징처럼 우리 마음에 와 닿는다.

빌리 브란트가 동서화해의 동방정책을 추진하던 당시 독일사회 내부는 이념적으로 매우 분열되어 있었다. 보수정당이었던 기민당(CDU)과 기사당(CSU), 보수언론 및 여론 등의 반대에 직면했었고 결국 72년에는 불신임 투표까지 행해졌으나 동방정책은 지속됐다.

빌리 브란트의 정신은 슈미트, 콜 수상 등을 거치면서 화해협력의 정책으로 이어졌고 구소련 고르바쵸프의 페레스트로이카 정책에 힘입어 동서독 통일로 결실을 맺는다.

총선이 끝났다. 정치인들에게 고언을 드린다. 한국의 빌리 브란트가 되어 달라. 치졸한 싸움은 이제 그만둬라. 유치한 진흙탕속에서 뒹글며 16대 국회는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려놓았다. 정치인들에게 민심은 천심이 아니었고 여야 당리당략은 탄핵정국으로 귀결됐고 민생경제는 멍들었다. 정치인들의 유치한 작태는 국내외 외국인들의 눈에 한심한 모습으로 투영됐고 결국 우리 경제는 일본과 중국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되어 가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는 브란트와 같은 정치인을 갈망한다.

한국의 브란트는 보혁갈등과 동서 지역갈등을 풀고 남북한 화해협력의 시대를 이끄는 정치인이다. 초대 독일 총리 아데나워를 시작으로 브란트 총리에 이르기까지 격화하는 이념 대립과 경제 위기 등이 겹치면서 서독 사회 내부의 분열은 국가존폐의 위기까지 치달았다. 위기의 시대 브란트는 화해협력의 정치를 하면서 결국 소련과의 기본조약(70년), 폴란드와의 바르샤바 조약(70년), 베를린에 대한 4강 협약(71년),동독과의 기본 조약(73년), 체코슬로바키아와의 우호조약(73년) 등을 이끌어냈고 화해협력의 시대를 열어 나갔다.

브란트의 정신에 이 시대 정치권의 모습을 투영해보길 바란다. 부끄러운줄 알고 새롭게 시작하라. 대통령탄핵이라는 다수당의 횡보, 노인폄하발언, 감성의 정치 등이 17대 총선의 주요 이슈였다. 정책선거는 실종됐고 보혁갈등과 동서갈등이라는 후진정치의 망령만

있었다. 물론 이 번 총선이 그늘진 곳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제도개혁으로 새로운 정치문화가 자리잡아가고 있음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이 번에 당선된 정치인들에게 다시 한 번 충언한다. 한국의 브란트가 되어 달라.

권모술수를 배격하며 큰 정치인이 되어달라. 지역갈등을 극복하며 남북통일의 초석을 다지는 정치인이 되어 달라. 경제를 살려달라. 다시는 탄핵과 같은 비극적 역사를 쓰지말라. 부패정치인은 스스로 퇴출시켜라. 방탄국회 열지 말라. 면책특권 악용하지 말라.

빈사상태에 빠져있는 지방을 살려달라. 신음하고 있는 청년실업자를 살려내라.

정치선진국을 만들어달라

이방식<전주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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