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40>반금련의 입에서 더운 김이
평설 금병매 <40>반금련의 입에서 더운 김이
  • <최정주 글>
  • 승인 2004.04.16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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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반금련의 봄 <40>

반금련이 무송의 손이라도 잡을 듯이 달려들며 말했다.

“그런 말씀 마세요. 외로운 형님을 모시고 사는 형수님께 저는 큰 은혜를 입고 있는 것입니다. 은혜의 만분의 일이라도 갚아야지요.”

“식구끼리 은혜는 무슨 은혜예요. 어서 식탁에 앉으세요. 형님이 고기와 홍주를 사오셨답니다.”

“맞다. 너하고 한 잔 하려고 내가 사 왔다.”

무대가 홍주병을 들고 흔들었다.

세 식구가 둘러앉아 저녁을 곁들여 홍주 한 병을 비우고 무대가 하루내 돌아더녔더니 피곤하다면서 침실로 들어간 다음이었다. 반금련이 무송의 옆자리로 옮겨 앉으며 남은 홍주병을 들었다.

“도련님, 우리 둘이 한 잔 씩만 더해요.”

잠시 후에 있을 살풀이를 떠올리자 몸이 닳아 오른 반금련이 저절로 콧소리를 냈다. 그런 계집을 흘끔 바라 본 무송이 싸늘한 얼굴로 일어섰다.

“술은 그만 마시겠습니다. 전 자겠습니다.”

“내가 싫으세요? 도련님.”

반금련이 조금은 새치롬한 낯빛으로 따지듯이 물었다.

“하나 밖에 안 계시는 형님의 형수님인데, 싫고 좋고가 어딨습니까? 형수님으로 존경하고 그러는 것이지요.”

무송이 작은 방 쪽으로 걸어가며 대꾸했다.

“다만 형수님으로 날 존경한다구요? 여자로서가 아니구요?”

반금련이 따라가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려던 무송이 우뚝 멈추어 서며 돌아보았다. 그 눈빛에서 경계심과 함께 서늘한 기운이 풍겼다. 사내가 자신을 꺼리는 것을 눈치챈 반금련이 더욱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마주 보다가 먼저 방으로 들어갔다.

무송이 마지못한 듯 방으로 들어왔다. 반금련이 덥썩 무송의 품 속으로 파고 들었다.

“도련님, 날 안아주어요. 형수님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여자라고 생각하세요. 청루에서 만난 기생이라고 생각해도 좋아요.”

사내의 땀냄새에 벌써 정신이 혼미해진 반금련의 입에서 더운 김이 확 뿜어져 나왔다.

“이러지 말아요. 제가 어찌 형수님을 여자로 생각하겠어요? 더구나 청루의 기생으로 여기겠어요? 이건 짐승같은 짓이예요.”

무송이 우악스런 손길로 반금련을 떼어냈다.

“짐승같은 짓이라구요? 하면 어제밤에는 왜 그랬지요?”

“어제밤에요?”

무송이 두 눈을 크게 뜨고 꿈벅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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