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한국인의 화
<신간>한국인의 화
  • 이보원 기자
  • 승인 2004.04.18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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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병은 한국인의 심암(心癌)으로, 마음속에 기생하는 악성 종양입니다”

국문학자이자 민속학자인 김열규(72) 계명대 석좌교수가 ‘화’의 사회ㆍ문화적 의미를 밝힌 「한국인의 화」(휴머니스트 刊)를 펴냈다.

책은 ‘왜 한국의 노여움은 불(火)의 뜻을 갖고 있는가’라는 의문에서 출발해 화의 근원과 실체, 전통 문화 속에 나타나는 갖가지 화의 모습, 이를 다스리는 방안등을 살폈다.

“이웃나라인 일본과 중국은 노(努)라는 표현을 쓰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만 유독 불의 개념으로 화를 이해해요. 우리 민족은 노여움의 공격성과 파괴성에 주목하고 두려워 했던 것이죠”

  김 교수는 선덕여왕을 사모하다 스스로 앙심을 참지 못해 불귀신이 돼 버린 지귀(志鬼) 설화를 화와 관련한 가장 원천적인 이야기로 꼽는다.

“화는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까지 망치는 속성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 민족은 또 화를 두려워한 만큼 이를 잘 다스리려고 했어요. ‘재앙-이로움’이라는 불의 양면성은 ‘노여움-열정’이라는 화의 그것과 잘 맞아 떨어지죠” 김 교수는 지금 우리가 ‘화 잘 내는 사회’에 살고 있다고 본다. 공정한 경쟁이나 여유보다는 적대적인 대립과 조급증이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되고 있다는 설명.

“화는 한국 사회 전체가 안고 있는 인간관계의 고민이죠. 노동쟁의와 촛불시위,네티즌의 공격성 등도 화의 한 형태입니다. 하지만 화라고 모두 부정적인 것은 아니예요. 잘못에 대한 질책이나 공분, 의분처럼 드러내어서 마땅한 화가 있는가 하면신경질, 토라짐 등 삭힐수록 좋은 화가 있어요” 김 교수는 화를 잘 ‘처리’하면 자신을 성숙시키고 타인을 용서하는 경지에 이를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화병(火病)이 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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