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41>다시는 사정하지 ...
평설 금병매 <41>다시는 사정하지 ...
  • <최정주 글>
  • 승인 2004.04.18 1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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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반금련의 봄 <41>

“싫다는 나를 억지로 붙들어 앉히고 옷을 벗겼잖아요. 술에 취하면 사내는 다 개가 된다고 하더니, 어제밤에는 개가 되어 나한테 그랬던가요?”

“그건 꿈이었어요. 전 꿈을 꾸었던 것이라구요.”

“꿈 좋아하시네. 내가 이러면 안 된다고, 불쌍한 형님한테 죄를 짓는 것이라고 울면서 애원을 해도 들은체 만체 날 깔아뭉개더니, 머? 징승이라구요? 좋아요. 짐승이건 사람이건 상관이 없어요. 지금은 멋 때문에 이놈이 이렇게 서 있지요?”

반금련이 무송이 사타구니를 더듬다가 벌떡 일어서 있는 물건을 꽉 움켜쥐었다. 놈은 성이 날대로 나서 끄덕거리고 있는 중이었다.

“이러지 말아요. 꿈이건 생시건 상관없어요. 정말 제가 술취한 개가 되었던 모양이예요. 개노릇은 한번이면 족해요. 다시는 짐승노릇을 안 할거예요. 정 이러시면 형수님 앞에서 이놈을 잘라버릴거예요.”

무송이 험상궂은 낯빛으로 반금련의 손을 떼어내더니, 문밖으로 밀어냈다.

“형수님은 형님께 정조를 지키세요. 그것이 한 남자의 아내된 여자가 지켜야할 도리일거예요.”

“잘 지키던 내 정조를 누가 무너뜨렸는데요. 도련님, 다시는 사정하지 않을 것이니까, 오늘 한번만 더 안아주어요.”

“이러지 말아요. 형수님이 미워지려고해요.”

무송의 말에 반금련이 표독스런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좋아요. 도련님이 정 그런다면 어제밤의 일을 형님께 말씀드리겠어요.”

“만약 그런다면 형수님을 죽이고 나도 목을 매어 죽어버리겠어요.”

무송이 금방이라도 주먹질을 할 듯 노려보다가 문을 쾅 닫아버렸다. 그 앞에서 한참을 서 있다가 반금련이 침실로 돌아왔다. 무대가 침상 가운데서 배를 드러내놓고 잠이 들어 있었다. 이 웬수야, 하고 중얼거리며 무대를 침상 밑으로 밀어 떨어뜨린 반금련이 이를 득득 갈며 잠을 청했다.

다음날 아침이었다. 반금련이 몸이 찌부듯하다는 핑계로 침상에서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데, 아침을 준비하던 무대와 무송이 나누는 얘기소리가 들렸다.

“짐을 옮기겠다니? 무슨 소리냐?”

“사실은 병영 일이 바빠요, 형님. 밤에도 해야할 일이 많구요.”

“네가 와서 좋아했더니, 나와 함께 오래오래 살 줄 알았더니, 너무 섭섭하구나. 하루만 더 있다 가면 안 되겠냐?”

“아니요. 오늘 옮길께요. 제가 종종 들릴께요, 형님. 그리고 떡을 팔러 다니시드래도 일찍 일찍 들어오세요. 제가 월급을 받으면 드릴테니까, 떡을 다 못팔드래도 해가 지기 전에는 꼭 집으로 들어오세요, 알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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