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엘류, 사실상 `경질 퇴진'
코엘류, 사실상 `경질 퇴진'
  • 승인 2004.04.19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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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진 사퇴냐, 경질 퇴진이냐.' 움베르투 코엘류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이 19일 감독직 사퇴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분명히 알아둬야 할 것은 나는 사임하는 게 아니라 양측 간의 합의 하에 계약을 종료시키는 것"이라고 말해 사퇴까지의 과정을 둘러싸고 여러 억측을 낳고 있다.

코엘류 감독은 `사퇴 경위에 대해 설명해달라'는 질문을 받았으나 "상세하게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다. 축구협회가 설명한다면 몰라도 나는 말할 수 없다"고 말해중도 퇴진 여부를 놓고 그간 코엘류 감독과 축구협회 간에 복잡한 사정이 있었음을시사했다.

코엘류 감독은 포르투갈 언론을 통해 사퇴설이 보도된 지난 16일을 전후해 외부와 연락을 일체 끊은 채 거처에서 칩거했고 이전에도 주말이면 늘 둘러보던 프로축구 경기장도 전혀 찾지 않아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협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계약서상으로는 감독이 사임을 하려면 협회의 동의가있어야 계약이 종료된다"며 경질 퇴진은 아니라고 못박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황과 이날 기자회견 발언에 비춰보면 코엘류 감독의 중도 하차는 형식상 자진 사퇴의 모양새를 갖추기는 했지만 사실상 `경질 퇴진'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는 게 지배적인 해석이다.

코엘류 감독이 물론 포르투갈 언론과 인터뷰에서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 계약을끝냈다고 말했고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회장에게 밝은 표정으로 퇴임 인사를 하고 전날에는 협회 고위 관계자들과 환송을 겸한 골프 회동까지 가졌지만 내부적으로는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받았음을 반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엘류 감독은 지난 달 31일 몰디브전에서 치욕의 무승부를 기록하고 돌아온 뒤경질론이 확산된 지난 8일 기술위원회에서도 "시간을 좀 더 달라. 충분한 준비를 통해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나름대로 자신감을 피력했었다.

그러나 이후 코엘류 감독에 대한 비판 여론이 가라앉지 않자 협회에서는 경질이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협회와 코엘류 감독 양자 모두에게 명분을 세워주는 방식으로퇴진을 위한 수순을 밟아나갔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축구협회는 세계적인 명장 반열에 올라있는 코엘류 감독에게 체면을 살려주기위해 남은 임기에 해당하는 연봉을 지급한다는 조건을 붙이고 그동안 스스로 옷을벗는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직접 거취 표명이 있을 것'이라는 입장만 밝혀왔다.

축구계의 한 인사는 그러나 "코엘류 감독이 갑작스럽게 사퇴 결정을 했다면 내부적으로는 이미 상당한 정도의 논의가 있지 않았겠느냐"며 "물러날 수 밖에 없는상황 논리가 작용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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