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권의 책으로 봄날의 추억을 만들자
한권의 책으로 봄날의 추억을 만들자
  • 태조로
  • 승인 2004.04.20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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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핵정국속에 혼미를 거듭하면서 치루어진 이번 17대 국회의원선거에 나타난 민심은 어찌되었든 턱걸이 과반 의석을 만들어 여당에 힘을 실어주었고, 제1야당에는 개헌저지선을 확보해 주어 또한번의 기회를 주었으며, 소외계층의 바램과 건전한 요구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제2여당도 만들어 냈으며, 특히, 젊은 정치인들이 대거 입성하였고, 16대 국회에 비하면 2배 이상인 39명의 여성의원이 국회에 대거 진출한 것 역시 많이 기대되고 신선한 바람이다.

낡은 정치. 구태의연한 정치인, 부도덕한 정치인들은 대거 퇴진하는 우리 국민 스스로가 만들어낸 한편의 드라마 같은 우리나라 역사의 대작이다. 돌이켜보아도 우리 국민들은 의회정치를 시작한 이래 항상 적절한 규모의 여당, 제대로 된 야당을 만들어주는 전통을 유지해왔다. 군사정권 시절 에는 야당을 밀어주었고, 또 그 “야당”이 여당이 되고는 또 다른 야당을 밀어주곤 해왔다. 이토록 현명한 우리네 국민들을 실망시키는 정치는 이 땅에서 영원히 사라져 주길 간절히 바라고 민생과 정책을 꼼꼼히 챙기는 틈틈이 책도 읽고, 공부도 하는 지적인 면과 정서적이고 안정감 있는 실력있는 정치인을 국! 민 모두는 원한다.

 오는 4월23일은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책의 날”이다. 1995년 제정된 이날은 스페인 카달로니아 지방에서 전해오는 “책과 장미의 축제”를 원형으로 삼고 있다. 카달로니아 지방에서는 순고자 상트 호르디의 축일과 소설 “돈키 호테”의 작가 세르반테스의 사망일인 4월23일만 되면 사랑하는 남녀가 서로 책과 장미를 주고 받는 축제를 벌여왔기 때문이다. 이 축제는 오늘날 전 세계30여개국에서 책의 날로 확산되고 있다. 독일에서는 지난해 작가들이 모여 12시간 안에 집필에서 인쇄까지 끝내 한 권의 책을 만들어내는 세계 신기록에 도전하는 행사를 벌였다. 영국에서는 수천개의 학교와 도서관이 참여하는 범국가적 행사로 자리를 굳혔다. 미국은 매년 4월 한 달을 “전국 시의 달”로 정해 시 낭송회를 비롯해 시인과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행사를 벌이고 있기도 하다. 이미 프랑스에서는 지난 3월 일주일동안 “시인들의 봄”이라는 행사를 치렀다.

 우리 한국의 출판인들은 지난 18일을 “책과 장미의 축제”일로 삼았다. 23일은 휴일이 아니기 때문에 독자들이 서점을 많이 찾을 수 있는 일요일을 골랐다고 한다. 전국 주요 서점에서 독자들에게 책과 장미를 선물하고, 소설가 박완서, 시인 김용택씨 등 유명 저자들이 강연회와 글쓰기 교육을 벌였다고 한다. “책 제목으로 삼행시 짓기, 한 문장으로 책 내용 요약하기, 책의 저자와 출판사에 엽서쓰기”등의 재미있는 즉석 행사도 열렸다고 한다.

 책을 통해서 마음을 나눌 방법은 많다. 출판인 강맑실씨는 “짝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뜨거운 러브스토리가 담긴 책을 사서 주인공이 사랑을 고백하는 멋진 어구에 예쁘게 밑줄을 그어 슬며시 선물한다든지, 친한 친구와 갈등을 일으켜 다투었을 때는 따뜻한 우정을 그린 정다운 책을 선물한다든지, 직장에서 동료와 심하게 다툰 후 자존심 때문에 먼저 사과의 손길을 내밀기 어려울 때는 명상집 한권을 동료의 책상위에 슬쩍 올려놓는다든지, 책으로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예를 들자면 끝이 없을 정도”라고 추천했다.

 봄날은 가고 있는데 행여 선거 운동 기간동안 같은 지역, 가까운 사람들끼리, 또는 상대 후보를 중심으로 한 직,간접적인 일들로 얼룩진 마음이나 상처받은 일들이 있다면 이 봄이 다 가기전에 한권의 책에 대한 추억을 만들면서라도 화창한 봄날을 함께 보내는 것이 어떨까? 이제 지나간 일일랑은 모두 다 잊어버리고 반성하고, 토론하고, 이해하고, 양보하면서 밝고 희망찬 내일을 게획하고 실행하는 데 모두가 동참해야 한다. 국민이 선댁한 선택의 씨앗이 아름드리 큰나무로 잘 자라서 알찬 열매를 맺을수 있도록 책속에서 지혜를 찾아가면서….

유명숙<엄마랑 유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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