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균 한국은행 전북본부장
오성균 한국은행 전북본부장
  • 황경호 기자
  • 승인 2004.04.25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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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악한 전북경제가 어둠의 터널에서 좀처럼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다.

 특히 기업 경영을 돕기위한 다양한 정책에도 불구하고 취약한 도내 중소기업들에게는 이같은 정책이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 19일자로 부임, 도내 금융업무의 사령탑이라 할 수 있는 오성균 한국은행 전북본부장을 만나 소감과 함께 전북도 경제발전을 위한 계획등을 들어보았다.

 ― 전북지역 근무는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북본부장으로 취임한 소감이 어떠신지요?

 □ 기쁜 마음에 앞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전북지역은 역사와 문화적인 면에서 자부심이 강한 고장이고 또 이에 걸맞게 훌륭한 인재들을 많이 배출해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과거 개발경제 시대에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지 못해 지역발전이 더뎠고 도세도 과거에 비해 많이 위축된 것이 사실입니다. 앞으로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 보다 정확한 현황은 좀 더 파악해 보셔야 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현재 전북지역의 경기상황과 전망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 최근 우리 경제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용어로 ‘양극화’라는 말이 자주 사용되고 있는데 전북지역의 경제 상황이 특히 그렇지 않은가 하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예를 들어 보면 금년 1/4분기중 전북지역의 수출은 전년동기와 비교할 때 전국에서 가장 높은 103%라는 증가율을 기록했습니다. 전국 평균치인 38%를 크게 상회하는 것이죠. 그런데 취업자수, 즉 일자리가 전국에서 부산과 함께 유일하게 감소한 곳이 바로 전북입니다. 사실 1/4분기중 전북지역의 전년동기대비 일자리 수는 3.3%나 줄어들어 부산의 2.7% 감소보다도 더 심각한 모습입니다. 특히 일자리 감소가 15세에서 30세 미만의 청년층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염려되는 일입니다. 또 이렇게 좋지 못한 고용사정이 소비에도 영향을 미쳐서 전국적으로는 소비활동이 다소 회복되는 기미를 보이는 데 반해 전북지역은 소비심리 위축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물론 수출이 호조를 지속하면 생산과 고용을 증대시키고 내수도 회복되는 선순환으로 접어들 것으로 기대할 수 있습니다만 자동차 조립산업에 편중된 전북지역의 수출구조를 감안한다면 근본적으로는 중소제조업과 서비스업종 등이 활성화되어야 고용호전이나 내수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 얼마전에 한국은행이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자금 지원을 증액했지만 중소기업들은 아직도 자금조달을 가장 어려운 문제로 꼽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방안을 비롯하여 해결책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 말씀하신대로 한국은행이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한도를 증액함에 따라 저희 전북본부도 4월부터 지역별 배당자금인 C2자금이 기존 1,524억원에서 1,724억원으로 200억원이 증액됐습니다. 또 지난 2월부터는 더 많은 지역내 중소기업이 지원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수출업체와 도내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음식료품 제조업체를 별도한도 지원대상에 추가하기도 했습니다. 모두 전임인 최성주 본부장께서 노력하신 결과들인데, 저도 이 부분에 관심을 가지고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그런데 한국은행이 지원액을 늘리고 지원대상을 확대해도 일선 금융기관들이 함께 노력해 주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은행들이 이 지역 특성에 맞는 신용평가 기법의 도입 등을 통하여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들을 적극 발굴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중소기업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원인중의 하나가 신용보증의 문제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보 그리고 지역의 신용보증재단의 역할이 더욱 활성화 될 수 있도록 각계의 노력이 있어야 할 것으로 봅니다.

 ― 산업화 과정에서 전북지역의 소외로 지역발전이 상대적으로 뒤쳐지고 있습니다. 전북의 도약을 위해서는 어떤 발전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 전북지역의 경제발전이 뒤쳐진 점은 주지의 사실입니다만 오히려 공업화에 따른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경제발전이 산업화 내지는 공업화라는 인식이 일반적이었으나 이제 삶의 질을 도외시한 경제발전이라는 개념은 성립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진정한 경제발전이란 단지 계량적으로 나타나는 생산과 소득의 증대에 그치지 않고 현재와 미래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지역의 청정한 자연환경과 전통있는 문화유산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관광산업 및 지식문화산업의 육성을 통한 발전전략이 바람직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울러 이 지역의 주요 산업인 동시에 많은 도민들의 생업인 농수산업분야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도 연구해야 하며 이와 관련해서는 친환경농법과 고부가가치의 특산품 등으로 경쟁력을 일구어내는 일본의 사례를 참고로 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 끝으로 도내 금융기관의 수장으로서 금융권과 지역경제계, 그리고 도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 당부보다는 우선 한국은행의 지역경제 지원 시책은 앞서 말씀드린 대로 일선 금융기관들의 협력 없이는 그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에서 금융기관들이 우수 중소기업의 발굴 및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도 당국과 도민들께서 전북지역의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계시다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한국은행 전북본부도 미력한 힘이나마 이와 같은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가능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을 약속드립니다.

 ― 오성균 한국은행 전북본부장은...

 □ 오성균 신임 한국은행 전북본부장은 부인 김진환 여사와의 사이에 2녀를 두고 있다. 건강관리를 위해 등산을 즐기는 편이며 사석에서 격의 없는 편안한 대화를 나누어 부하직원 사이에 인기가 높다. 한국은행에서 대부분의 기간을 조사통계부문에서 근무하였으며 특히 1993년 제정된 국민계정체계(SNA) 구축에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는 등 국민소득 통계부문에서 국내 최고의 전문가라는 평이다.

 ― 한국은행 업무에 대한 설명과 중점 추진 및 지원사업

 □ 한국은행 전북본부는 이른바 C2자금으로 불리는 저리의 금융자금 1,724억원을 시중은행을 통해 창업기업, 유망중소기업, 지역특화산업, 기술우수기업, 벤처기업 등을 대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신용대출이나 기업간 현금결제 등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또한 도내 실물 및 금융경제 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주요 경제현안에 대해 수시로 연구분석 자료를 냄으로써 지역경제의 발전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외에 도내 화폐의 수요와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주민들이 깨끗한 화폐를 사용할 수 있도록 화폐정화사업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점 추진사업으로는 금년 6월중 창립 54주년을 기념하여 ‘전북지역의 FDI(해외직접투자) 유출입 현황 분석 및 시사점’이라는 주제로 도내 주요 대학의 교수님들을 모시고 학술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또한 한은 전북본부는 전북지역의 금융 및 실물부분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치기 위해 금년 2월부터 지역경제전문가 제도를 도입하여 전북지역 대졸 신입직원을 선발, 당 본부 기획조사팀에 배치하여 근무토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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