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농업으로 FTA 극복하자
문화 농업으로 FTA 극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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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4.26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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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농수산물의 무역장벽은 우르과이라운드에서부터 무너지기 시작해 지난해 우리 국회가 FTA 국회 비준안을 통과시키면서 완전히 붕괴됐다.

1986년 남미 우르과이에서 열린 GATT회의에서 공산품은 물론 문화, 서비스, 농업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점진적으로 관세 이외의 무역 제한조치를 원칙적으로 폐지하고 관세도 단계적으로 인하하여 궁극에는 완전 폐지함으로서 완벽한 세계자유무역주의를 체결하자고 합의했다.

이 회의를 우르과이라운드라고 하며 협정의 이행 여부를 감시하기 위한 WTO가 출범됐으며 최근 들어서는 국가간에 무역 장벽을 완전히 해소하는 국가간 FTA 체결되면서 장벽없는 자유무역주의 세계가 열리고 있다.

물론 한?칠레FTA를 통해 우리의 전자제품을 비롯한 공산품을 무역 장벽 없이 칠레에 판매함으로써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지만 값싼 칠레 농산물이 수입됨으로써 지난 86년 이후 시들어가던 농업은 결정적인 타격을 입게 된 것이 사실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한?칠레 FTA 발효 10년이 지나면 우리나라의 대 칠레 수출은 5억4천400만달러, 수입은 2억2천400만달러 각각 늘어나 무역수지가 3억2천만달러 개선되고 후생수준도 7억100만달러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기간 홍어, 삼겹살, 키위, 포도주 등 칠레의 값싼 농수산물은 꾸준히 증가하게 되면서 존폐의 위기에 처한 우리 농수산업은 뿌리채 흔들리면서 도산의 길에 들어서게 될 것이다.

이같은 어려움 속에서 농도 전북이 새롭게 일어설 수 있는 길은 비교 우위에 있는 신속한 공업화 및 최첨단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화추진이다.

그러나 접근도로 및 수출입항, 공항 등 기간산업 및 절대 인구가 부족한 전북도에 이같은 공장이나 산업화를 위한 투자가 용이하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큰 기대를 할 수 없다.

게다가 지방분권, 지역균형발전차원에서 최근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중앙공공기관의 지방유치 역시 뚜렷한 장점이 없어 전북은 호응을 얻지 못하고 그저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이대로 앉아서 죽을 수는 없는 일이다. 과거 충무공 이순신장군은 ‘호남이 없으면 국가가 없다’면서 호남의 중요성을 난중일기를 통해 밝힌바 있다.

위기에 처한, 농도 호남의 전북이 살 수 있는 길은 지역과 가장 잘 어울리는 산업, 새로운 농업, 문화와 접목된 소위 ‘문화농업’이라고 감히 주장하고 싶다.

전북은 바닷가와 내륙 한복판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한국 춘란이 자생하는 천혜의 난의 보고(寶庫)로 알려진 지역이다. 더욱이 전북에서 자생한 한국춘란 중에는 고가인 중투, 복륜, 색화를 구분하지 않고 다양하게 발견되고 있으며 작품마다 명품으로 세인의 관심을 끌고 있는 종이 많다.

전국적으로 한국춘란을 거래하는 난 상인은 족히 1만여명에 이르고 있으며 도내에서 1백여명의 난 상인이 있다. 이들 난 상인들은 또 나름대로 변이종 난을 채취하고 배양하는 산채인 등의 하부 조직을 가지고 있으며 그 숫자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비록 도내에 한국춘란의 거상이 없어 안타깝기는 하지만 도내에 난 애호가가 대략 3만여명이고 전국적으로는 5백만에서 7백만으로 난인구가 날로 증가 하고 있다.

아직까지 한국춘란의 세계를 매니아의 세계로 폄훼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거래되는 난가격과 난의 부가가치를 알게 된다면 난이 바로 경제요 산업이라고 새롭게 인식하게 될 것이다.

한국춘란으로 도내 자생지에서 생산되는 난의 변이종의 값은 개체의 특성에 따라 천차 만별하지만 특정 품목의 경우 난 1촉에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것이 많다고 한다.

때문에 이 품종을 제대로 배양만한다면 그 부가가치는 어떤 농업소득에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 고소득을 보장해줄 뿐만아니라 문화 정서적인 여유도 함께 준다.

게다가 매년 전국 또는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동북아시아권에서 한국춘란을 선호하고 있어 수출 상품으로도 집중적으로 육성할만하다.

10억 인구의 중국이 깨어나기 시작하면서 난 애호가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과 우리가 보유한 중국산 춘란을 다시 역수입해 가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고려해 우리 춘란을 우리가 직접 배양하고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한 농업이 아니다. 소위 문화와 접목된 새로운 농업의 세계다. 1차 산업인 농업을 3차 산업인 문화와 접목시키는 지혜가 UR에서 시작돼 FTA로 귀결된 자유무역질서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일지 모른다.

이같은 문화 농업으로 우리는 난을 배우고 익혀야 하며 아낌없는 투자를 통해 난의 경제적 가치를 우리 모두가 깨달아야 한다.

박용근<전북도의회 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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