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중근 회장
이 중근 회장
  • 승인 2004.04.26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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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몇 년간 발표되는 세계적 대 기부자의 명단에는 마이크로 소프트사의 창업자이자 회장인 빌 게이츠 이름이 첫번째를 장식한다. 억달러를 넘어서는 규모의 크기가 압도적이지만 때로는 부부가 공통으로 기부활동에 나서는 등 기부가 생활이자 가정의 중요 양식인 것처럼 보인다.

 한 사회의 풍요가 자칫 공동체를 이루는 구성원의 정신적 황폐와 물질만능의 퇴폐화로 흐르는 데 일조하는 측면이 있다면 그러한 경향이나 바람을 막아주는 버팀목의 하나가 바로 기부문화 정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강철왕 카네기와 석유왕 록펠러, 빌게이츠 부부는 신대륙 미국의 부의 상징이자 그러한 사회의 소금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미국식 기부 전통은 일천한 편이다. 경주 최부자집 같은 왕정하의 독특한 기부문화가 없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기부의 원천적 기반인 산업사회의 발달과 자본의 축적이라는 구조가 성립되기 얼마 되지 않은 탓에 자유와 평등의 가치를 본원으로 하는 기부문화의 사회 인식 확립도 더딘 까닭이다.

 거기에 사정(事情)의 왜곡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소위 정치자금 기부행위나 뒷돈 대주기다. 정치자금은 기부가 아니라 투자이며 상납이고 혹은 강압에 의한 뜯기기로 되어 선의의 기부나 정당한 행위조차 전부 혹은 부분적으로 오인되고 부정되는 현실이다.

 나아가 정치자금과 독립적으로 이루어지는 정당한 기부행위조차 정치자금과 함께 넘어가는 경우는 허다하다. (주)부영의 이중근 회장의 기부행위가 그 예다. 전국 지방 고등학교에 가장 많은 횟수와 액수의 기부금을 쾌척한 그다. 지금까지 임대아파트를 가장 많이 지은 그는 아마 우리나라 전무후무의 최대 임대아파트 건설 기록자로 남을 것이다.

 비자금 조성에 관련되어 조사받는 이회장에 대해 10억원의 기숙사를 지어받은 전주고교생들이 당국의 선처를 바라는 탄원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순수한 고교생들의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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