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영화제
전주 영화제
  • 승인 2004.05.02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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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칸느, 베를린, 모스크바 영화제는 그냥 영화제다. 구태어(우리들이) 국제영화제라 부르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런데 습관이 들어서 그런지 전주 영화제는 전주국제영화제라고 해야 입이 꽉 찬다. 그러나 분명히 ‘전주영화제’가 발음하기에도 편하고 뒷말을 이어가는데도 부드럽다.

 전주영화제가 국제영화제이니까 국제영화제로 알고 그냥 ‘전주영화제’라고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그런 연유에서다. ‘국제’를 꼭 붙여야 속이 풀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전주국제영화제’를 다 발음하는 것을 귀찮해하기도 할 것이다.

 꼭 ‘국제’를 붙여야 실리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전주가 무슨 로마나 뉴욕이 아니거니와 ‘팍스 로마나’나 ‘팍스 아메리카나’처럼 ‘팍스 코리아나’나 ‘팍스 전주아나’로 될 것이 아닌데(사실 우리의 창조적 역량에 따라서는 그렇게 안될 것도 없다) 남 따라 ‘전주 영화제’라고 할 필요가 있느냐고 한다면 그것도 넌센스다.

 문제는 ‘전주영화제’가 과연 국제영화제 축에 끼느냐는 행색이 중요한 것이다. 뚜렷한 외국작품들도 보이지 않고, 영화관련 외국인사들이 별로 눈에 띠지 않으면서, 상연 영화 관람석은 텅빈 자리 일색이고, 개막식 작품만 공짜 초대손님들로 채워지는 풍경은 아무래도 국제영화제에 어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러니까 악착같이 좀 알아달라고 또박또박 ‘국제’를 붙이는 건 처량한 일이다. 적어도 1년을 준비한 영화제라면 이처럼 모자라서는 안된다. 도내 전체는 아니다 할지라도 전주시내만큼은 직장인이나 실업자, 학생이나 교사, 늙은이나 어린이가 영화제 내내 ‘전주영화제다!’하고 환호를 질러야 한다.

 하다못해 소매치기라도, 국제사건달이라도, 서울의 홈리스라도 ‘전주에 먹잘 것이 있다’고 몰려들어야 한다. 극장은 물론이고 거리까지 인총으로 꽉꽉 차야 한다. 노랑머리 빨강머리 반나체 문신자 백인 흑인 개 고양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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