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하고 성실한 사회
정직하고 성실한 사회
  • 태조로
  • 승인 2004.05.0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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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더 빠른 변화를 갈망하고 있다. 변화하는 사회에 살면서 현재의 안정보다는 변화를, 아니 더 큰 개혁을 바라고 있다. 정작 변해야 될 것이 변하지 않고 있으므로 면역이 돼 또 다른 변화를 추구한다.

 그래서 우리 주변은 많은 변화가 있다. 그러면 바람직한 변화는 무엇일까?  

 -변화에 앞서 본연의 모습을 -

 지상에서처럼 길과 차선이 나타나지 않는 바다나 하늘에서는 어떻게 항로를 찾아갈까? 물론 나침반으로 기준을 정하여 방향을 찾아 목적지까지 무사히 가고 있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기준을 망각하고 항로를 자주 바꾸다 보면 목표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게 될 것이다. 거듭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다 보면 변화의 목표를 잃을 수 있고 기준에서 멀리 이탈할 수 있다. 변화를 통하여 이루고자하는 보다 발전된 기준과 목표는 무엇인가? 진정 변화되어 이루고자하는 사회는 어떤 것인가?

 이솝우화 하나가 생각난다. 이리 한 마리가 길을 가다가 양을 만났다.양은 놀라 그만 기절하고 말았다. 마침 배가 부른 이리는 곧바로 잡아먹지 않고 양을 깨워 제안을 하였다. 거짓 없는 바른 소리 세 가지를 말하면 살려주겠다. 양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하였다. “먼저, 우리 양들이 살아가면서 이리를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리는 내심 언짢지만 꾹 참고 두 번째 말을 재촉하였다.

 “다음으로 재수가 없어 이리를 만났다 하더라도 그 이리가 장님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리는 당장 양을 잡아먹고 싶었지만 마지막 세 번째 말을 듣기로 하였다. “아무 죄 없는 양들을 잡아먹는 이리들에게 하늘에서 벌을 내려 모두 없어지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리는 아무 말 없이 양을 무사히 보내주었다.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에도 강자에게 아부하지 않고 거짓 없는 바른 말을 할 수 있는 사회로의 변화가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진정한 변화이다.

 또 한 예로 공자께서 제자들과 지방을 순회하다가 굶주린 폭도들에게 포위되었다. 며칠을 굶주린 공자일행은 겨우 쌀을 조금 얻을 수 있었다. 공자는 제자 안회를 불러 밥을 짓게 하였다. 문득 자공이 안회를 보니 솥뚜껑을 열고 손으로 무엇인가를 꺼내 입으로 가져가는 것을 보았다. 자공은 공자께 “군자도 궁하면 양심을 속이고 옳지 못한 일을 하나이까?” 고 질문하였다.

 “그렇지 않다. 군자는 궁할수록 곧으니라” 고 대답하자 자공은 조금 전에 본 안회의 행동을 고하였다. 이에 공자는 안회를 불러 그 밥으로 천지신명께 먼저 제사를 올리겠다고 하자 안회는 그 밥은 성스럽지 못하므로 제사에 올릴 수 없다고 하였다. 공자께서 그 연유를 물었다. 안회는 밥이 다 되어 뚜껑을 열어보니 검댕이가 있어 그것을 집어내어 버리려다 마침 밥알 하나가 붙어 있어서 그냥 버릴 수 없어 제가 먹었다고 고하였다. 궁할수록 양심에 충실하고 더 곧고 정직하게 행동하는 군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두 이야기 속에서 보편 타당하고 누구에게나 인정되는 우리의 본질을 찾아 변화의 기준으로 삼았으면 한다.

 -하늘도 움직이는 정성-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이 있다. 정성을 다하면 불가능한 일이 가능해지며, 기적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정성을 나타내는 성(誠)은 중용(中庸)에서는 천리본연(天理本然)의 길이라 했고, 주자(朱子)에서는 성(誠)은 오상(五常) 즉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의 근본이며, 백행(百行)의 원천이라고 했다. 평소 우리는 삶의 근본이며 원천인 성(誠)을 얼마나 실천하고 있을까?

 무명의 조각가가 한 여름 뙤약볕에서 땀과 돌 조각을 뒤집어 쓴 채 오직 정 끝에 시선을 모으고 돌을 쪼는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모습중 하나라고 어느 시인이 술회했던 기억이 난다. 평소 학생들을 위해온 정성을 다한 선생님의 작은 실수를 학생과 학부모들이 앞장서서 이해하고 격려해 주었던 사례를 근래에 접한 적도 있다.

 우리 사회 각계 각층의 모든 사람들이 새로운 변화에 앞서 평범한 우리 본연의 가치에 충실하다면 굳이 아픔을 감수하면서 요란한 변화와 개혁을 외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신록이 넘쳐나는 오월, 신록처럼 싱싱하고 건강한 사회를 기대하면서 정직을 바탕으로 정성을 다하는 우리의 모습에서 신뢰가 쌓이고 땀의 가치가 존중되는 선진사회가 이룩되리라 의심하지 않는다.

윤두현<군산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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