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돈 가뭄 적극 해소해야
중소기업의 돈 가뭄 적극 해소해야
  • 태조로
  • 승인 2004.05.04 1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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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들이 요즘처럼 춘래불이춘(春來不以春)이란 말을 실감한 적은 없을 게다. 이는 올해 중소기업 대출가운데 70%에 가까운 160조원이 만기가 도래해 극심한 돈 가뭄과 도산의 한파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금융당국의 대출만기연장촉구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에서는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금회수에 앞장서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기업은행이 최근 2000여 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3월중 제조업 동향에 따르면 “전월보다 자금사정이 곤란하다.”고 답변한 업체가 31.1%로 나타났다. 또 자금난이 지난 1월(35.0%), 2월(32.8%)에 이어 3개월 째 30%를 웃돌고 있는 반면, 자금사정이 원활하다고 응답한 업체는 5.6%에 불과해 중소기업들의 고충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케 한다.  

 작년 말 현재 국내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236조4천억원으로 이중 67.6%인 159조8천억원의 만기가 올해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내 만기가 돌아오는 가계대출 105조원 보다 52.2%가 많은 것으로서 내수경기침체, 고유가, 원자재가격상승 등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입장에서 보면 만기상환이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자칫 유망중소기업까지 대출금 회수경쟁의 격랑에 휩쓸려서 무더기로 도산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때마침 정부가 경쟁력있는 기업은 대출금 만기연장을 도와주고, 회생가능성이 없는 기업에 대해서는 퇴출, 업종전환, 구조조정 등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어 다행스럽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전이나 지금이나 은행권이 과학적인 제도개선을 게을리 한 채 경기나 담보가치의 상황에 따라 대출과 자금회수 기준을 삼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개별기업이나 개인의 현금흐름 등을 과학적인 신용평가보다 담보 유무에 따라 대출하는 관행은 하루빨리 개선돼야 마땅하다. 

 이런 점에 비추어볼 때 금번 한국수출입은행이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해 채무를 재조정하여 회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리워크아웃(Pre-WorkOut)제도를 처음으로 도입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 자금사정이 악화됐지만 장기적으로는 정상화 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을 발굴해 자금의 만기를 연장하거나 추가 지원하는 이제도야말로 가뭄에 단비와 같다. 정부나 은행권에서는 이와 같이 과학적인 제도를 벤치마킹하여 중소기업을 육성. 지원하는 시금석으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근 들어 정부의 각종지원시책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규제 등을 견디다 못해 해외로 빠져나가는 중소기업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어 국가경제가 매우 걱정스럽다. 특히 5년 내에 80%의 중소기업들이 해외로 이전할 계획이라는 기업은행의 조사, 그리고 올 3월의 설비투자가 작년 3월보다 6.8%나 감소했다는 통계청의 발표는 경영난을 겪고 있는 오늘날 우리중소기업들의 현주소가 아닌가 싶다.  

 그런가하면 10여년 동안 장기불황을 겪던 일본경제가 자동차. 전자 등의 제조업의 매출 순이익에 힘입어 본격상승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점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할 일이다. 또 올해 중국(8.3%)을 비롯한 아시아개발도상국들이 평균 6.8%를 성장률을 기록하며 세계경기회복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 반면, 한국은 4.8% 저 성장에 머무를 것이라는 아시아개발은행의 발표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이제 정부와 금융당국은 세계의 대기업도 중소기업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우리경제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중소기업이 이 땅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돈 가뭄해소에 적극 나서야한다.

 

송기태<전주상공회의소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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