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장인으로 뽑힌 유유순회장
김치 장인으로 뽑힌 유유순회장
  • 강영희 기자
  • 승인 2004.05.09 1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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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치, 그 속에는 모든 것이 담겨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김치에는 우리 나라의 역사와, 여성이 살아온 일기, 맛과 멋 등이 첨가돼 있다.

 어디 그뿐이랴. 김치는 먹는 사람의 속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효능과 비타민이 풍부해 각종 서양식품으로 침해받고 있는 우리 식탁에 균형까지 책임지고 있다.

 또한 그 무서운 ‘사스’까지 막아줬을 정도로 김치는 강한 힘을 갖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김치는 한 가정의 향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점이다. 집안의 살림을 책임지는 어머니의 솜씨 뿐만 아니라 가풍까지 담고 있는 것이다.

 올해 전주에서는 이색적인 대회가 개최됐다. 맛의 고장 전주의 최고 김치와 밑반찬을 뽑는 “김치와 밑반찬의 맛 장인 경진대회”가 바로 그것이다. 각 가정에 숨어 있는 전주만의 맛을 찾기 위해 전주시가 음식문화연구회와 함께 기획했다. 이번 대회에서 김치 장인은 “맛”보다 “여성계 수장”으로 더 잘 알려진 유유순 장인이 뽑혀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녀를 만나 진정한 맛과 멋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편집자 주> 

 “축하드립니다. 회장님의 손 끝 맛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만 맛 장인으로까지 선정되실 줄은 몰랐습니다.”

 축하 인사에 유 회장은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다양한 재료와 정성들여 담은 김치가 심사위원들로부터 좋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고 말한다.

 그는 이어 자신의 집에서 담근 김치가 ‘사치스러운 김치’로 명성이 높다고 말한다. 사치스럽다는 말에 이해가 잘 되지 않아 한번 더 질문하자 자신의 김치에는 총 39가지의 재료가 들어간다고 설명한다.

 39가지 재료란 말에 놀라운 탄성이 절로 나온다. 배추와 굵은 소금, 고춧가루가 가장 기본적인 재료. 액젓만 해도 3가지 종류가 들어간다. 멸치액젓과 새우젓, 육젓이 들어가고 검정 콩과 메주콩, 청국장 가루, 다시마, 멸치가루, 미나리, 대파, 조선파, 밤채, 사과, 배, 무, 고구마, 통깨, 검은깨, 갓, 부추, 들깨, 찹쌀, 표고버섯, 당근, 도라지, 더덕 등이 김치 재료로 함유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끝 맛의 김치간은 죽염으로 한다는 점이다.

 “죽염으로 간을 해야 끝 맛이 쓰질 않아요. 죽염은 9번 구어낸 소금이라 간수가 빠져 많이 들어가도 짜지 않거든요.

 이처럼 유회장의 김치에 39가지 재료가 들어가는 것은 김치 속에 이것들을 넣어 제 맛을 내기 위해서다. 검정콩과 메주콩은 불린 다음 끓여서 곱게 다져 고춧가루 양념속에 넣고 배추 속 사이를 바른다. 그러면 고소한 맛이 살아난다. 그리고 표고버섯과 더덕, 도라지는 적당한 크기로 잘라 배춧잎 사이사이에 집어 넣어 영양소를 맞춘다.

 유유순 회장은 이렇게 담은 김치의 이름을 ‘E-母 김치’라고 붙였다. 어린 세대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엄마의 정성을 이름 속에 담았다.

 “김치만 먹어도, 즉 다른 음식을 먹지 않아도 영양소가 높죠.”

 뿐만 아니다. 유유순 회장은 김치 속에 오징어와 생태, 가재미, 낙지 등을 넣어 생선 김치를 만들기도 한다.

 “겨울날 항아리 속에 생태를 쟁여 넣어 김치와 함께 먹는 것도 얼마나 맛있는지 몰라요. 우리 남편은 이 것만 식탁에 올려도 밥 한 공기 뚝딱 비워요.”

 유유순 회장은 김치를 만들면서도 일종의 소명의식을 가슴 깊이 느낀단다. 아울러 그는 중국산 농산물이 온통 식탁을 점령한 이 때 가족 구성원의 건강을 지키는 것은 주부의 몫이라고 강조한다.

 “우리 음식은 서양 음식과는 달라요. 우리 재료로만 만들어야 제 맛을 내지요. 우리 농산물을 지키는 것 역시 김치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달려 있는 것 같아요.”

 그의 말 속에서 음식에 대한 열정이 전문 요리가보다 더함을 느낀다. 그러한 이유로 유회장은 맛장인 경진대회에서 받은 상금 200만원 중 100만원을 주최측인 음식문화연구회에 기탁했다. 그리고 유 회장은 나머지 100만원을 소비정보센터 건립기금으로 전달했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될 즈음, 유유순 회장은 ‘반김치’를 추천한다. 물이 일반 김치보다 많은 반김치는 여름철 입맛을 돋워줄 뿐 아니라 물국수와 물 냉면의 뛰어난 재료가 될 수 있기 때문. 반김치와 밥 한공기가 얹어진 식탁, 생각만 해도 군침이 절로 넘어간다.

  현재 유유순 회장의 E-母 김치는 상표등록까지 마친 상태. 그는 현재 전주시의 판로 확보를 기대 중이며 확보 전까지 주문 과정을 거쳐 정성이 가득 담긴 김치를 생산, 판매할 계획이다.

 ▲유유순 회장은?

 전북여성계의 수장인 전북여성단체협의회장을 역임한 유유순 회장의 사회단체 활동은 28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 신경외과 전문의인 아들 김동환(37)씨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자모회 활동을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자모회 활동이 자모회장으로 그녀를 이끌었고 9년 후 창립시기부터 소비자고발센터에 몸담게 했다.

 유회장은 소비자 고발센터에서 재무 7년, 부회장 6년을 역임했으며 7년째 회장직을 맡고 있다.

 그는 “여성단체 활동을 통해 약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됐다”고 회고한다. 유회장은 또 자신이 몸담고 있는 소비자 고발센터가 소비자의 불만을 접수하고 그들의 고충을 해결해 줄 수 있기 때문에 더욱더 보람을 느낀다.

 유회장은 또 뚜렷한 교육철학을 갖고 있다. 그는 “자녀들이 어렸을 때부터 항상 남을 도울 일이 생기면 그 자리에서 도우라고 강조했다”고 말했단다.

 유 회장은 현재 전북의 경제 및 사회, 정치, 문화발전을 이끄는 ‘강한전북 일등도민운동 추진 협의회’ 공동대표로도 활동 중이다.

 여성계를 대표하는 인물로 곳곳에서 일어나는 각종 문제를 지적하고 발전방향을 내 놓는 일을 맡고 있다.

 부군 김태형(65·약사)씨와 사이에 동환(37·신경외과 전문의), 정란(35·약사), 재환(32·자영업)씨 등 2남 1녀를 두고 있으며 올해 기전여대 소비자유통학과의 학위를 따 냈다.

  지난 해 전주 정혜사 입구에 한정식 전문점 “이화원”을 문열어 정성이 깃든 각종 음식으로도 시민을 만나고 있는 그는 올해 2학기부터 전북대 평생교육원에서 강사로 나서 자신의 손끝 맛을 알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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