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산 도솔관 차밭 장관
선운산 도솔관 차밭 장관
  • 승인 2004.05.09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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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록의 계절 산천이 하루가 다르게 정겹게 변해가고 있다. 가족과 함께 연인과 함께 어디론가 무작정 떠나고 싶은 아름다운 계절이다. 거닐고 싶고, 얘기하고 싶다면 고창 선운사를 찾아 가 보면 어떨까?

 선운사에는 겨울 내내 앙상했던 가지들이 엊그제 내린 단비를 훔뿍 맞으며 어느 사이 연초록 잎새로 변하면서 관리사무소 입구에서부터 왼쪽에 선운계곡을 끼고 오른쪽 길 양쪽에 늘어진 벚나무와 단풍 터널로 이어지는 도솔암까지의 장장 4㎞에 이르는 가파르지 않는 오솔길을 거닐며, 기암 괴석과 그늘진 쉼터를 만날 수 있어 언제나 거닐어도 걷고 싶은 아름다운 추억의 이승 길임에 틀림없다.

 옛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선운사를 찾는 인파는 평일 주말 가릴 것 없이 언제나 붐 빈다. 선운산은 호남의 소금강이라고 불릴 만큼 산세가 뛰어난 명산으로 선운(禪雲)이란 사찰을 창건한 백제시대의 고승 검단선사가 구름 속에서 참선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일명 도솔산은 미래세계에 중생들을 구제할 미륵불이 있는 도솔천궁으로 모두 불가와 깊은 인연을 안고 있는 불가의 도장이다.

 산 곳곳에 기암괴석이 봉우리를 이루고 있어 그 경관이 빼어나고 숲이 울창한 가운데 천년고찰 선운사가 여러 암자와 함께 금동보살좌상, 지장보살좌상, 선운사 대웅전, 참당암 대웅전, 도솔암 마애불 보물 등 19점이나 되는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보고다.

 요즘 선운사에 가면 새로운 볼거리 먹을거리가 하나 더 생겼다.

 선운사를 둘러싼 도솔산의 온 골짜기를 일궈 장관을 이루고 있는 녹차 밭이 있다. 금년들어 첫 번째로 작설차 수확이 한창인데, 이 차밭을 일군 이는 선운사 우룡(雨龍)스님으로 스물여덥살에 출가하여 6년 전부터 선운사 산비탈 골짜기마다 잡목과 잡초만이 무성한 버려진 땅에 스님이 아닌 농군의 모습으로 탈바꿈하여 차나무를 심고 가꾸어 오늘날 명산에 아기자기한 한폭의 산수화를 그려놓고 있다.

 훗날 선운사에 명물이 돼서 모든 중생들에게 공덕으로 쌓아진다면 그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고 생각해서 시작한 것이 지금은 8만여 평에 달하는 광활한 차밭이 조성되었다. 차나무는 후피향나무과에 속하는 상록활엽 관목으로 잎은 사계절 초록색이며 겨울철에는 더욱 짙은 색채를 풍겨 눈이 오는 날에는 한층 더 아름다운 이색적인 다원을 눈 여겨 볼 수 있다.

 선운차밭은 보성 다원에 가려 최근에야 알려졌지만 알고 보면 일찍이 동국여지승람과 세종실록지리지에서도 선운산에 차나무가 자생했던 곳으로 기록돼 있을 정도로 역사가 깊은 선운사의 토산품이다.

 5월의 싱그러움이 푸르게 타오르는 아침 햇살을 받은 잎이 더욱 싱싱하고 푸르게 보인다. 또 자랑스럽기도 하다.

 녹차는 당뇨, 혈압조절과 심장질환, 노인성 치매, 충치예방, 중금속 해독, 노화 방지, 항암작용까지 한다. 녹차에는 떫은맛을 내는 에피갈로 카데친갈레이트(EGCG)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체내의 정상세포를 공격해 인체에 해로운 활성산소의 활동을 방해한다고 한다.

 녹차를 고를 때는 잎이 가늘고 광택이 있으며 잘 마른 것이 좋은데 손에 쥐었을 때 단단하고 무거운 느낌이 있는 게 좋다.

 수확 시기별로는 4월말에서 5월초에 참새 잎 주둥이만큼이나 갓 눈이 튼 나무의 새싹을 따서 만드는 차를 최고의 상품으로 친다. 그 이름 작설차(雀舌茶). 차 수확을 하는 아낙네들은 최고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 차밭에 가기 전 목욕재개하고,

 날마다 거울 앞에서 아름다움을 뽐내는 화장도 하지 못하고 뜨거운 초여름의 태양아래서 긴 테의 모자를 깊게 쓰고 허리주머니 하나씩을 차고 수확에 한창이다. 이곳에서는 차에 최고의 상품만을 수확한다.

 요즘 우룡스님은 다원을 내기 위해 석상암 밑의 조그만 민가 하나를 손질하느라 밀대모자를 깊게 쓰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다음달 중순이면 차 마시고 싶은 사람들이 선운사 자락 다원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덕담도, 수채화도, 시 한 수도 읊을 날을 기대할 수 있다.

 선운사는 촬영소재가 많아 연중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 곳인데, 차밭 사진을 찍으려면 아침 일찍 이슬이 마르기 전, 잎에 태양이 반짝일 때가 가장 생기 있는 사진을 얻을 수 있으며, 오후의 측광을 이용하여 디테일을 강조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PL을 사용하여 반사를 억제하고, 하늘과 다원의 컬러를 더욱 짙게 표현하면 어떨지. 5월 초는 작설차 수확이 한창이므로 잎 따는 아낙네들의 모습을 앵글로 담는 절호의 기회다.

고준석<진북문화의집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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