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군수
부군수
  • 승인 2004.05.09 17: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치단체장이 선거직으로 변하면서 시장, 군수가 지방공무원들의 꽃이던 시절은 향수로만 남게 되었다. 말단 직위로 공직에 발을 디딘 뒤 군수가 되고 시장도 되며, 나아가 흔치 않게 도지사에 오르고 때로는 장관직을 맡는 소위 공무원의 입지전적 성공담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제 적어도 공무원법상의 승진 절차에 의한 시장, 군수의 길은 없다. 지난 10년 동안 상층부 지방공무원들이 겪어 온 가치 변화와 정상을 향한 자기 탁마 치열성 감소, 공직에 대한 열정의 이완 현상 등은 아무래도 지방자치 진행 과정에서 국가적으로 감수해야 할 눈에 보이지 않는 손실이라면 손실일 것이다.

 최근 완주 부군수직을 내던지고 글이나 쓰겠다고 나선 기술고시 출신 40대 중반 공직자의 출관(出官)은 여러 면에서 관심을 끈다. 상식적으로 후진에 길을 열어 준다거나 퇴진압력을 받을 만큼 높은 연령수준이 아니거니와 공무원 출세원인 고시 출신엔데다, 그렇다고 뚜렷이 정치적 입지를 펼쳐 온 바도 없는 정상적 관료일 뿐인 까닭이다.

 자신이 고시로 관직에 들어선 이후 급변한 행정 환경, 그 중에서도 자치단체장직으로 올라갈 수 없는 제도적 한계에 연원한 비관적 판단의 결과는 아닌지 씁쓸한 감상도 없지 않다. 전문가가 필요한 관계에 기술직 고위 공직자의 사퇴라는 아쉬움도 크다.

 그런데 연말 정년퇴임 예정인 59세의 현직 농림과장을 그 후임으로 바로 승진, 발령해 달라고 완주군수가 도에 추천하여 그 배경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도청근무 공직자 우대 관행 타파라는 관점으로 볼 것인가, 선거직 군수의 분출하는 욕구 관철의도에 기인한 것인가.

 어떻든 창창한 나이에 훌훌 털고 출관한 전직 부군수와 그 자리에 몇개월이면 그만둘 인사를 승진시키려는 군수의 행동이 극명하게 대비된다. 하나는 개인 의지로 뒷탈이 없지만 다른 하나는 도-군의 조율이 필요한 기관의사 갈등이나 충돌을 초래할 공적인 사안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