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국의 동학농민혁명 인식
주변국의 동학농민혁명 인식
  • 승인 2004.05.1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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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국 교과서를 중심으로 본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역사인식’을 주제로 남.북.중.일 4개국 학자들의 국제학술대회가 열려 북한을 포함한 주변국들의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역사적 관점이 자체에서 어떻게 조명되고 기술되는지 짚어 볼 기회를 가진 것은 작지 않은 의의를 갖는다.

 동학농민혁명은 학정에 대한 저항과 외세 배격의 기치를 든 농민들의 봉기로 출발하였으나 국왕이 일본군을 투입 진압한 치욕스런 과정과 결말을 갖고 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중국이 초기에는 농민봉기-80년대 이후엔 갑오농민전쟁-21세기 들어와 조선 의병운동으로 기술하고, 일본이 과거엔 동학당의 난-최근은 갑오농민전쟁을 병기한다는 사실을 보인 것도 그러한 배경의 자국 관점 표출이다.

 의병운동이 제국주의 일본의 침략에 대항한 타도전인 점을 감안하면 중국이 의병운동과 동학혁명을 일치시킴으로써 동학농민혁명=일본배척이라는 중국 중심의 주장을 펴는 것이요, 일본이 자국군대을 들여와 농민군을 처단한 것을 왕정 반란 진압이라는 해석으로 일관해 온 그들식 역사 왜곡의 실상인 것이다.

 결국 중국이나 일본이 자국의 이해에 입각해 동학농민혁명 본질을 각색하여 학생들에게 그릇되게 가르치고 있는 위험한 현실을 우리는 다시 한번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첨예한 이해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들이 그런 식으로 교육한 세대들이 올바른 역사 인식에 이를 수는 없는 일이다.

 모든 다른 국가들의 경우도 특별한 차이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일제 퇴각 이후 내내 계속된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위안부 문제, 정국신사참배 등에 관한 한.일 갈등, 중국의 고구려 역사 편입 시도 등과 아울러 앞으로 발생할 역사적 현실적 분쟁들을 예상할 때 동학농민혁명같은 하나하나의 역사적 사건 인식 괴리부터 철저하게 바로잡아가는 대책이 긴요하다 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관계국 학자들이 교류하고 상호이해하며 논의를 진전시킨다 할지라도 국가가 공식적 관점을 세워 내부적으로 통일하고 외국에 공식적으로 선포, 전달, 홍보하지 않는 한 역사의 몰이해, 왜곡은 그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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