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 성적표
고속철 성적표
  • 승인 2004.05.13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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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도 고속철시대가 왔다고 대문짝만 하게 떠벌였던 것이 바로 한달 전이다. 아닌게 아니라 거의 헬리콥터 속력이나 맞먹는 시속 300km의 고속철을 누구인들 아니라고 부인할 손가. 그것도 세계에서 여섯번째 고속철을 달리는 랭킹에 올라 있다면 일응 고속철을 달리는 나라라고 뻐길만도 하다. 경부선을 제외한 호남선 쪽은 별볼일 없지만...

▼그러나 그 고속철은 달리던 첫날부터 여기저기 하자가 발생, 하자투성이 고속철로 악명이 날 정도다. 빨리 가겠다고 탄 고속철이 연착하는 바람에 승객들의 환불소동이 비일비재하다. 지연사고 보상승객이 4일간 1874건이나 발생, 철도청이 보상승객들에 돈 물어주느라 진땀을 뺐다. 지금 시시콜콜 따지지 않아서이지 이런 연착 고속철 환불객이 더 늘어났을지 모른다.

▼거기에다 고속철 기관사들의 교육훈련 부족으로 크고 적은 사고들이 빈발, 열차까지 세워놓고 차량점검을 하는 등 옛날 시골길의 완행열차도 하지않는 저기술, 저기능의 고속열차가 되어 있다는 비판이다. 시간전 짜맞추기에 이골난 한국인의 속성이 이번 고속철 운행에서도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그래서 고속철이 "사고철(鐵)이라는 별명까지 붙을 정도다.

▼거기에다 툭하면 고장이라는 악명이 붙어있다. 이통에 탑승율이 60%나 감소했다는 비명이다. 철도청에 의하면 지난달 1일부터 운행된 KTX(고속철) 승객은 하루 평균 15만명으로 예정했으나 지난달 30일까지 모두 211만 여명을 수송, 예정의 반절도 못이뤘다는 소식이다. 고속철이라는 거대한 첨단문명을 소홀이 한 허물일 수 밖에 없다.

▼이같은 잦은 고장과 그로 인한 예약시스템 미비는 고속철의 위신을 크게 떨어뜨려 일각에서는 예전 일반철도가 운행할 때보다 못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우리보다 40여년이나 앞섰다는 일본의 "신칸센(新幹線)"은 거미줄처럼 전국토를 누벼도 시간에 늦고 사고한번 났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고속철 운행 30일의 성적 치고는 낙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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