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서’ 상생의 극복을
‘탄핵정서’ 상생의 극복을
  • 승인 2004.05.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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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헌법재판소가 우리 헌정사 초유로 국회가 대통령에 대해 결의한 탄핵 소추안을 기각하는 결정을 내렸다. 3가지 탄핵사유 중 최도술씨 등 측근들의 비리부분은 대통령 직접관여가 부인되었고 취임후 1년간의 경제문제 등 실정 주장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정책평가가 사법심판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논의의 핵심이자 야당의 집중적 공격 표적이었던 대통령의 선거개입에 관한 공무원의 중립의무 위반 혐의가 유일하게 그 위법성이 인정되었으나 대통령직을 박탈하여 헌정을 중단하고 선거를 실시해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해야 할 만큼 중대한 법규위반 정도가 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로서 국회의 탄핵결의가 있은지 63일간 중단되었던 대통령의 직무 복귀가 즉각적으로 이루어지게 되고 국무총리 대행의 변칙적인 국정수행도 모두 제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러나 탄핵심판 절차가 이렇게 마무리되고 정국이 정상적인 체제로 돌아왔다고 해도 그로 말미암아 촉발된 탄핵정서가 다듬어지기에는 아직 시간을 필요로 하는 모습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탄핵발의와 국회가결로 점철된 3.12탄핵의 전야에 비등했던 여야의 갈등과 적대감, 그로부터 분출하고 부딪히고 내몰아친 4.15 총선의 민의 반영, 그리고 탄핵안 기각을 본 5.14의 헌재판결에 다달은 숨가쁜 2개월여의 경과와 내용을 결코 소홀히 흘릴 수 없다.

  탄핵정서의 직시 필요

 

 이는 ‘탄핵’으로 표방되고 상징되는 부정적인 것들과 ‘탄핵’의 이름으로 저질러졌다고 인식되는 불합리한 요소들을 정화하고 개선하기 위한 공감과 합의의 도출을 위해서도 불가결한 태세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의 최대 요인이라 할 수 있는 ‘탄핵이 제의되어 단시일에 결의까지 가야만 하는 급박한 제도’ 같은 것에 대한 냉정한 비판도 그 하나의 예다.

 4.15총선을 향한 ‘올인’과 ‘죽기 살기식 대결’ 구도는 ‘탄핵’이라는 ‘최후의,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경우에나 택하는, 그것도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하거나’ ‘민주주의 국체 유지가 중대하게 침해받는’ 절체절명의 시기에 기대도록 하는, 그 ‘칼날’의 사용에 유혹을 받도록 하지 않았는지 돌아볼 거리가 되기 때문이다.

 막다른 골목에서 시커먼 칼을 빼들고 ‘자신이 상대방을 찌르느냐, 상대방에게 죽느냐’의 대결 국면에 처했을 때 유일한 탈출 수단으로서의 ‘탄핵’의 형국이 되었다면 이처럼 극악하고 처참한 정치상황도 없다고 할 것이다. 바로 그 숨막히는 사태의 본연을 외면하지 말자는 것이다.

 그래야 진정으로 ‘탄핵’을 부른 상충의 폐해를 극복할 수 있고 그러한 바탕 위에서 왜곡된 ‘탄핵정서’에 또다시 함몰되는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을 예방이 될 수 있을 뿐더러 그러한 요소를 용해하고 변화시켜 참된 상생과 통합의 길로 나설 차비를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4.15로 국민의 심판을 받았고 헌재의 판결로 부당성이 드러났지만 ‘탄핵’ 가결은 대의민주주의의 본당인 국회에서 행해졌으며 그들이 국민의 대변자로서 선출된 지가 불과 4년이 채 안된다는 엄연한 현실도 간과해서는 아니될 것이다. 오늘 새정치 새로운 국회상을 세우기 위해 패기있게 나서는 선량들이 앞으로 4년 동안 엉뚱한 시행착오에 빠질 위험을 경계하는 점에서도 훌륭한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현명한 다음

 

 더 나아가 국민이 선거로 그 당.부당을 가려 주었다는 결과를 겸허하게 받들어 수긍한다면 대통령이 탄핵결의를 받게 되었다는 사실도 여과없이 그대로 엄존하는 현실임을 바로볼 필요가 있다. 헌법재판소가 내린 평결은 그런 점에서 대통령과 여당에 승리를 안겨 주었다기보다 오도된 국회의 법질서 파행을 바로잡아 주는 광정의 의미로 봐야 할 것이다.

 법치국가의 여늬 법의 심판처럼 헌재 결정으로 모든 절차와 다툼이 일단락된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대통령이 받은 도덕적 상징적 멍에까지도 모두 묻힌 것이 아니라는 점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국가의 수장으로서 대통령이 지는 의미와 무게가 단순한 법상의 위법 유무로 부여할 수 없는 보다 상위의 위상에서 비롯된다는 측면에서, 열화같은 국민들의 대통령 보호본능이 이번 사태의 본질에 있다고 한다면 ‘탄핵정서’를 전환시켜 국가발전의 동력으로 삼을 현명하고 널따른 대통령의 다음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기다려진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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