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삶이란
행복한 삶이란
  • 승인 2004.05.16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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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화사한 갖가지 꽃들이 우릴 반겨주었다면 5월엔 꽃만큼이나 곱고 푸른 실록이 있어서 눈과 마음을 시원하게 해 주며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충동이 일곤 한다.

 그러나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등 선물과 마음 쓸 곳이 많은 현실과 부딪치며 여유로움을 찾고 싶어하는 이상사이를 오고가며 지내는 달인 것 같다. 산자락을 낀 집에서 잠을 자고 난 후 이른 아침에 산속에 들어서면 갖가지 새소리 벌레소리에 이끌려 발을 멈춘다. 먼저 또드락 딱 소리를 내며 목탁 새가 노래를 부르면 더 작은 새들이 이어 받아서 뽀롱 뽀롱 박자를 맞춘다.

  주위의 새들도 갖가지 생김새처럼 각기 다른 크기와 장단으로 개성 있는 소리를 낸다. 그러고 나면 나무아래에 있는 풀벌레들이 마치 화답이라도 하듯 더 작은 소리와 더 다양한 벌레들의 합창으로 자연의 향연이 펼쳐진다. 이렇게 한동안 주고받으며 서로 교감을 이루다보면 어느새 태양이 떠오른다. 그러면 새소리 풀벌레 소리는 차츰 멀어지고 영롱하게 맺혀있는 이슬방울들이 나뭇잎새에서 찬란하게 빛난다. 공간과 시간이 그리 크지도 많지도 않은 곳에서의 느낌도 이렇게 다양하며 조화롭다. 그러니 넓은 이 세상의 다양함이야 너무나 당연한 일일 것이다. 자연은 각기 다른 모습을 서로 받아들여서 아름답고 늘 에너지가 넘친다. 내가 주었다며 시끄럽게 주장하지 않으며 생명의 원천수를 우리에게 나누며 베풀어준다, 그러나 우리 인간들은 ‘너는 내 생각과 왜 다르냐? 네 모양이 그게 무엇이냐?’하며 나의 색깔과 다름을 인정하려 들지 않고 편을 가른다. 마치 자기만 앞서고 잘난 것 같은 착각 속에 빠져 산다. 이렇게 불완전하기 그지없는 인간이지만 지칠 줄 모르고 자식을 기다려 주시는 부모님과 더 마음 큰 사람이 되라고 가르치시는 스승님과 따뜻함을 주고받는 친구와 부모님만 기다리는 자녀들이 있어 세상엔 또 다른 행복감이 펼쳐진다.

  나를 기다려 주는 분이 계시고 내가 기다릴 사람이 있다는 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함 그 자체이다. 현실적으로 어쩔 때는 기다리고 있는 사람 때문에 부담스럽고 기다려도 오지 않는 사람 때문에 고통스러울 때도 많다. 그러나 철이 조금씩 들어가면서 어머니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는 부모님이 살아 계신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를 차츰 터득하게 된다. 언젠가 부모님께 자식에게 주었다는 상은 다 놓으시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다. 그러나 나 자신도 무념·무상이 얼마나 실천하기 어려운 가를 매일 느끼고 마음을 다 잡아 보지만 쉬운 작업이 아님을 절감한다. 몇 년 전 집에 들렀더니 “우리 막내딸 기다리다 엄마 목이 길어진 것 같다” 시며 “가까이 살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하시던 어머니에게 지금도 여전히 일년에 몇 차례 뵈러간다. 딸처럼 포근하며 편하게 잘 대해주시는 시어머님에게도 마찬가지다, 계실 때 잘하라는 흔한 말을 늘 잊고 산다. 이렇게 제 갈길 만 바쁘다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에도 공동체인 세상속의 일원으로써 자신의 역할을 잘 해내려는 노력의 아름다움도 있다.

  자연에도 아침을 먼저 열며 이끌어가고, 화답하며 사는 여러 종류가 있듯이 사람에게도 세상의 밝음을 위해 열어가고, 받쳐주고, 이어가는 다양함이 공존한다. 어느 부분도 조화로움을 위해 필요하지만 세상이 발전되려면 열린 의식으로 남 먼저 세상을 열어가는 지도자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내 자신도 그 대열에 설수 있도록 게으름 피우지 말고 수행 정진하여 주위가 여유롭고, 따스한 행복감이 넘쳐날 수 있도록 세상의 일원으로써의 역할을 해 나갈 때 스승님, 부모님에게 받은 사랑에 보은하는자 되리라.

김명화<전북 원불교 여성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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