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가정
경찰과 가정
  • 승인 2004.05.19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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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한가정의 가장,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해가 거듭될수록 감회가 남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경찰관이란 직업을 천직으로 생각하고 자부심 하나만으로도 누구 부럽지 않았는데 최근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나의 자부심에 멍이 들고 있음을 느끼는 건 나 혼자만의 개인적인 생각은 아닐 것이다.

 내근 직업이라 아침에 출근해서 다람쥐 쳇 바퀴 돌 듯 열심히 하루를 보내고 피곤한 몸으로 집에 들어서면 토끼같은 자식들의 인사와 여우(?)같은 마누라의 한마디는 “요즘 피곤하죠?”이다.

 다른 집 여자들 같으면 늦게 들어온다고 바가지라도 긁을텐데 하루의 피로가 싹 가시는 것 같다.

 그래서 어른들이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 했던가. 가정은 국가의 근본이라. 그 가정에서 남편이 직장에 나가면 가정을 책임지는 사람은 다름아닌 아내, 아이들의 엄마다.

 경찰관의 아내로서 살림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몇 년 전 부업을 하던 아내가 최근 건강이 좋지 않아 집에 있으면서 가끔 병원에 가는 것조차 함께 가주지 못하는 내 자신이 아내에게 미안함을 느낄 때 가 한 두번이 아니다.

 지금껏 언제 한가할 때 시간 내서 아이들과 함께 제주도 한번 가자고 했던 약속을 몇 년째 말로만 떼우고 있는 나를 아프면 큰일이라도 나는 듯 하늘처럼 알아주는 아내가 한편으로는 속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요즘 시대에 맞지 않게 성격이 무뎌서인지 의구심이 갈 때도 있지만, 이렇게 부부로서 나와 인연의 굴레를 맺어준 아내가 한없이 고맙기만 하다.

 어느날 차를 운전하며 무심코 라디오 방송을 듣는데 오는 5월 21일은 ‘부부의 날’이란다.

 둘이 만나 하나가 되는 날, 부부로서 무심코 내가 아내와 진지한 삶의 대화를 나눈 적이 몇번이나 있었던가 헤아려 보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제주도는 못 가더라도 그날만은 온가족이 외식한번 하며 모처럼 포도주 잔이라도 한번 부딪쳐 볼까? 우리 아이들은 아빠가 최고란다, 경찰이 마냥 멋있단다. 그런데 요즘 아내가 아이들의 장래 희망을 극구 말리려고 한다.

 최근 언론의 도마위에 오르는 경찰관련 사건으로 아내도 짐짓 표현은 안치만 경찰관의 아내로서 주변의 시선에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 ‘초심으로 돌아가자’ 경찰관으로서도 그렇고 부부로서도 그렇고.

 우리가 처음 시작 할 때의 마음과 각오로 돌아가 새롭게 시작을 한다면 시간은 걸리겠지만 공든 탑이 무너지겠는가. 하루아침에 주변사람들로부터 신뢰를 받고 믿음을 얻을 수 가 있겠는가?

 나부터 변하고 새로운 각오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언젠가는 주변사람들도 서서히 변하겠지. 그리하면 우리 아내와 같은 경찰관 부인들의 생각도 변할 테고. 앞으로 하루쯤은 일찍 퇴근해서 아내와 같이 집안 일도 하고 온가족이 식사하며 대화도 나누고, 갑자기는 안되겠지만 나의 사랑스럽고 무딘 아내를 위해 노력해야겠다.

 자기 부인자랑하면 팔불출이라는데 팔불출은 되지 못 하더라도 부창부수(婦唱夫隨)는 되도록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다짐을 해보며 언젠가는 꼭 시간 내서 온 가족이 함께 제주도에 한번 가봐야 되는데.

박헌수<순창경찰서 경무과장 경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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